아키텐의 엘레오노르 - 중세 유럽을 지배한 매혹적인 여인
앨리슨 위어 지음, 곽재은 옮김 / 루비박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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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세계를 지배하지만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다’라는 말은 남성중심사회가 된 역사에서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여성들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말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항상 밝은 쪽이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현재도 물론 어느 정도는 통용될 수 있는 것 같지만―의 역사에서 여성이 도드라지게 활약한 것은 주로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정치의 희생양이 되거나 왕의 배후를 조종한 악명 높은 것이었을 경우가 많다. 중국의 미녀들과 전면에 등장한 여왕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성들의 권력에 대한 욕망이나 야망 등이 남자와 전혀 다를 것 없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치열하고 더 극적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앨리슨 위어의 『아키텐의 엘레오노르』는 중세를 지배한 에레오노르의 삶을 재조명한 이야기다.

12세기 유럽, 중세의 봉건 유럽에서 여성의 위치는 말 그대로 남성의 피지배자이자 정숙함의 표본이 되어야 했다. 귀족 가문이라 할지라도 여성이 교육을 받는 것은 드물었고 기껏해야 수도원에서의 신부수업이 전부였다. 이런 시대에서도 엘레오노르는 아버지 기욤 공작의 도움으로 교육을 받았으며 똑똑하고 아름답게 성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엘레오노르는 프랑스 왕실령보다 더 큰 영지를 물려받을 상속녀이기도 했다. 프랑스의 왕 루이 7세와 결혼했지만 수많은 염문을 뿌리고 십자군 원정에 참여하면서 구설수에 휘말린 그녀는 자의로 이혼한 후 루이 가의 라이벌이었던 앙주 가의 앙리와 재혼하게 된다. 이후 앙리는 전쟁을 통해 잉글랜드의 왕 헨리 2세가 되며 그녀의 영토 때문에 이후 백년전쟁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후 엘레오노르는 왕자들 간의 세력 다툼에도 개입하여 자신의 아들에게 남편을 공격하게 하여 결국 리처드 1세와 이후 존을 왕좌에 앉힌다. 이 리처드 1세가 바로 사자심왕 리처드였다.

과거의 인물들에 대한 평가는 정확하거나 자세한 사료들이 없기 때문에 현재의 평가는 사람에 따라 엇갈리게 마련이다. 악명 높았던 인물들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엘레오노르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잔혹했던 인물이나 낭만적인 여주인공 정도의 평가를 받던 엘레오노르를 앨리슨 위어는 놀라운 능력과 수완―물론 자신의 매력을 무기화하는 성적인 부분까지도 포함해―을 지닌 유능한 통치자로 보고 있다. 당연하게도 이런 평가가 백 퍼센트 정확하다고 할 수 없겠지만 앨리슨 위어의 『아키텐의 엘레오노르』는 수많은 사료나 가문의 문장이나 벽화 등을 통해 시대를 고찰한 가장 공들인 엘레오노르의 이야기다. 이는 또한 엘레오노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현명한 조력자, 철의 모습을 지닌 어머니와 같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아키텐의 엘레오노르』는 훌륭한 전기인 동시에 잘 쓰인 중세 유럽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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