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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 ㅣ 세계문학의 숲 7
마크 트웨인 지음, 김영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어렸을 적 아무리 책에 관심이 없어서 마크 트웨인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아이였더라도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아동을 위한 작가로만 알려진 마크 트웨인은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중요한 작가이기도 하다.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는 마크 트웨인의 작품 중에서도 미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전반기의 낙관주의적 관점이나 후반기의 비관적인 작품 성향의 경계선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유럽의 예술과 문화에 대해 마땅찮은 시선을 보여줬던 것에서 자국의 국내외적인 문제를 주목하게 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작품에 담아내며 그의 작품 경향이 변화하게 되었다고 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는 이런 작가의 두 성향이 녹아 있으면서도 마크 트웨인 특유의 유머와 풍자로 가득한 작품이다.
19세기 코네티컷 주의 기술자이자 양키 중의 양키인 행크 모건은 어느 날 기계에 머리를 부딪혀 다치게 되고 기절한다. 다시 깨어나 보니 자신에게 친숙한 미국이 아닌 기사들이 설쳐대는 아서왕 시대의 영국이었다. 행크 모건은 기사에게 잡혀 화형을 당해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하지만 당시에 개기일식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을 대 마법사로 속여 위기를 넘길 뿐 아니라 왕국의 2인자 자리마저 차지하게 된다. 이후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동원해 영국사회를 자신이 살던 미국처럼 개조하기로 마음먹고 문명을 일구기 시작한다. 행크 모건은 여러 모험과 사건을 겪으며 결국 자신의 꿈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는데…….
해설에도 언급한 것처럼 책의 제목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코네티컷 양키와 아서 왕 궁전이라니! 신대륙의 기술 발달이 이루어진 개척지의 기술자 미국인과 신화적이지만 고리타분하고 미신이 가득한 구 영국의 아서 왕 궁전은 묘한 대비를 이룸과 동시에 작품 곳곳에 보이는 경멸적인 농담처럼 보이는 유머는 혹시 미국이 영국에 가지고 있던 미묘한 감정에 대한 표출이 아닌가 싶다.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은 자신들만의 새로운 정치, 사회적 기반을 만들고 있었지만 여전히 미국인들에게는 영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느낌이 강했을 것이다. 이는 결국 영국에서 가장 전설적이며 환상적인 판타지라 할 수 있는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등장하는 시대를 무대―게다가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는 거의 들러리 수준일 뿐 아니라 기사도는커녕 추문에 휩싸이기까지 한다―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 것은 자국의 독자적 위치를 확인하고자 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이처럼 계급과 관습, 미신이 지배하던 영국을 실용주의의 극한을 추구하는 미국인 기술자가 워프해 영국의 사회 자체를 개조한다는 내용은 그런 의심을 더욱 확실하게 해 준다. 물론 마크 트웨인은 영국 사회를 비꼬기 위한 목적으로만 이야기를 쓴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은 당시 영국사회의 여러 가지 모순을 들어 자국의 노예 제도나 정치, 종교적 문제점을 마크 트웨인 특유의 풍자적인 유머로 이야기하고 있다. 마크 트웨인을 아동 소설가로만 기억하고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