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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독서계획
클리프턴 패디먼.존 S. 메이저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10월
평점 :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독서’라고 하면 이렇게 일갈하는 사람들이 있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생활입니다.’ 그런데 과연 독서가 생활이 될 수 있나? 출퇴근 시간 빽빽한 대중교통 안에서 영어 교재나 업무에 관한 책을 보는 것을 설마 취미라 할 수는 없을 터이니 도무지 독서의 어디가 생활과 연결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독서가 이렇게 생활로 권장된 이유는 항상 되뇌어지는 ‘마음의 양식’처럼 책이 가진 좋은 의미가 주입된 덕분이다. 등산이 취미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독서가 취미라면 별종 보듯 바라보는 것이나, 갈수록 독서량이 떨어진다고 온갖 언론에서 한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떻게 독서가 취미가 될 수 있지? 하지만 독서는 좋은 취미다. 여유로운 시간에 차 한 잔 옆에 두고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드는 것이 좋은 취미가 아니라면 대체 어느 것이 좋은 취미일까?
클리프턴 패디먼, 존 S. 메이저의 『평생독서계획』은 이렇게 독서를 평생의 취미로 가진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고전은 어렵다.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표현해 내는 방식이 현재에 익숙하지 않은 까닭이다.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처럼 수많은 고전을 설명하는 고전에 대한 책은 찾기 쉽지 않다. 이 책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나 공자의 『논어』 같은 동서양의 영원한 고전부터 프로이트와 보르헤스 같은 작품들은 물론 저자가 ‘잠정적 고전’으로 정의한 20세기의 중요한 작가들 100명을 “더 읽어야 할 작가들”이라는 부록으로 소개하고 있다. 500여 페이지의 책에 수많은 작가들을 소개하려다 보니 각각의 작품들의 소개는 짧은 편이다. 게다가 각 작가에 대한 이야기-재미가 없거나 노인처럼 말을 반복한다는 등 작가에 대한 소개가 꽤나 솔직한 편이어서 이것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물론 작품들의 이야기를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각 작품들의 소개는 더욱 짧은 편이다. 그리고 이 책은 동서양의 고전을 함께 소개하고 있지만 동양의 고전은 매우 부족하다. 증보판을 거치면서 동양의 고전을 추가하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의 작품-서양의 시각으로 보면 어쩔 수 없겠지만-이어서 동양의 고전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평생독서계획』에서 소개된 133인의 작가와 장점적인 고전 100선을 읽는 것만으로도 고전과 평생을 함께할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고전은 읽기 어렵고 “고전을 다시 읽게 되면 당신은 그 책 속에서 전보다 더 많은 내용을 발견하지는 않”지만 “단지 전보다 더 많이 당신 자신을 발견한다”는 말처럼 고전 읽기는 어렵지만 즐겁고 평생 가는 즐거운 취미가 될 것이다. 책의 뒷부분에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번역된 작품을 소개한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