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샤와 코기
타샤 튜더 지음, 김용지 옮김 / 아인스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버몬트 주 30만 평의 대지를 꽃과 나무와 동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지상낙원으로 가꾼 타샤 튜더의 삶은 내 오랜 동경의 대상이다. 그녀는 자연 자체를 존중하면서도 그녀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 없이 부지런히 몸을 놀려 자신만의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냈다. 계절마다 온갖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갖가지 과일나무들이 열매를 맺고 야채와 채소들이 커가는 그 정원에는 타샤가 키우는 염소와 닭과 거위와 공작비둘기와 앵무새와 고양이, 그리고 야생에서 자라는 야생 비둘기, 도요새, 종달새, 개똥지빠귀, 울새, 청개구리, 뱀, 생쥐가 어울려 살아간다.
또 그 풍경에 늘 등장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타샤가 그토록 사랑했다는 코기다. 코기는 타샤가 어디에 있든 그녀의 곁을 지킨다. 『타샤와 코기』는 타샤의 이야기들 중에서 “아폴로 신도 맥을 못 출(※『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거라는 코기에 관한 에피소드와, 타샤가 코기들을 기르면서 직접 찍고 그린 사진과 그림, 타샤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얼굴을 들이미는 코기를 찍은 리처드 브라운의 사진을 모아놓은 아름다운 책이다. 코기는 자그맣고 둥그스름한 몸집에 다리가 짧고 꼬리가 없는 견종인데, 영국 왕실에서도 사랑받아 엘리자베스 여왕도 길렀던 개로 유명하다.
타샤는 비아트릭스 포터를 아주 좋아해서 포터의 고향인 잉글랜드 윈더미어에 꼭 한번 찾아가고 싶어 했다. 1957년, 그녀의 나이 마흔두 살 때 타샤는 그 꿈의 여행길에 서식스에서 처음 코기를 만났다. 그 첫 코기가 ‘미스터 B’였고, 미스터 B에게 여자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미세스’를 데려왔다. 그 사이에 강아지들이 태어났고, 그 강아지들이 자라서 또 가족을 이루고 강아지들을 나았다. 또 타샤는 ‘오윈’과 ‘레베카’라는 코기 부부도 길렀다. 오윈은 아무래도 “엘리자베스 여왕의 코기와 같은 아비에게서 태어났다(※『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고 자랑한 그 오윈이 분명하다. 그 사이에도 강아지들이 태어났고, 그 강아지들이 자라서 또 가족을 이루고 강아지들을 나았다. 타샤와 함께 마지막으로 생활한 코기는 미스터 B를 빼닮은 ‘메기’였다. 타샤는 그런 메기를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는 듯해도 돌아보면 항상 곁에 있는 최고의 반려자”라고 말했다.
이 책에는 코기에 대한 타샤의 애정과 타샤에 대한 코기의 신뢰가 곳곳에 스며 있다. 동물과 함께 생활하면서 교감해 본 사람들만이 귀중하게 기억하는 추억들을, 타샤는 자신이 길렀던 코기마다 흑백사진과 스케치로 보여주면서 짧게 이야기해 준다. 사실 남들에게는 시큰둥하고 별로 대단할 것이 없지만 나에게만은 너무나 특별해 자꾸만 자랑하고 싶어지는 이야기들을 말이다. 타샤는 그 이야기들을 코기들의 평화로운 마을을 그린 그림책 『코기빌』 시리즈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했던 진저브레드로, 그리고 봉제인형과 마리오네트와 인형의 집 코기 인형으로도 되살렸다. 그 마음이 얼마나 예쁜지, 타샤의 마지막을 지켰던 메기가 지금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열 살을 살아내고 있다는 세스 튜더(타샤의 딸)의 이야기에 눈물이 다 났다. 『타샤와 코기』는 “코기가 없는 생활은 생각할 수 없는” 타샤의 따사로운 추억 앨범이다. 아무래도 타샤가 없는 지금, 타샤와 코기와 함께 있을 코기빌에는 꼭 들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