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고양이 우리 시대 우리 삶 2
황인숙 지음, 이정학 그림 / 이숲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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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란 역시 중요한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고 꾀죄죄한 모습으로 사람을 보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슬금슬금 피하는, 바로 얼마 전까지 도둑고양이라고 불리던 녀석들을 보면 말이다. 이 녀석들이 언젠가부터 길고양이라 불리게 되었다. 어떻게 길고양이라 불리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도둑고양이보다는 훨씬 좋은 이름임에는 틀림없다. 도둑고양이라는 이름이 주는 음침한 느낌도 없고 그저 사는 곳이 길일 뿐인 녀석들이라는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낭만적인 이름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런 이름과는 상관없이 길고양이들의 삶은 만만치 않다. 자동차 밑이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밤이슬을 피하고 쓰레기들 뒤져 먹을 것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그런 음식 찌꺼기들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있는 셈이다. 물은 어떻게 마시나 늘 궁금했는데 비 오는 날 길에 고인 물을 핥는 고양이를 한참 지켜본 기억이 난다.

TV를 보거나 주위를 잠깐만 둘러봐도 알 수 있듯이 개와는 달리 유난히 고양이들이 집을 뛰쳐나온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길개’를 본 적이 많은가? 개를 찾는 광고지는 본 적이 많아도 고양이를 찾는 광고지들은 보기 힘들다. ‘길개’는 없어도 ‘길고양이’들이 많은 이유는 아마도 고양이들의 특징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언제라도 훌쩍 떠날 수 있는 것 같은 녀석들, 아마도 그런 집시 같은 성격을 지닌 녀석들이 집을 떠나 길고양이가 되겠지 라고 제멋대로 상상해 본다. 사실은 고양이와 친해지지 못하거나 키우다 귀찮아진 무책임하고 무정한 주인들이 내다 버린 경우가 훨씬 많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버려진 녀석들이 주인에게 오만 정이 다 떨어지고 노숙을 택하게 되는 것이겠지. 주인은 이젠 귀찮은 짐을 떼어 버렸다고 좋아할지 모르지만 주인 역시 고양이에게 버려진 것이다.

황인숙 글, 이정학 그림의 『해방촌 고양이』는 고양이 같은 책이다. 잘 접어진 상자 속―책갈피 역시 딱 어울린다―에 고양이처럼 숨어 있는 작은 책으로 1부 [고양이로 산다는 것]에는 고양이들의 이야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해 2부 [더듬더듬 나들이]에는 서울 근교의 소소한 나들이 이야기고 3부 [사노라면]은 요즘 아이들과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에 대한 이야기며 4부 [더듬더듬 책읽기]는 책에 관한 감상과 추억으로 마감하고 있다. 고양이 이야기가 1부에서 끝나버려 너무 짧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화려하지 않아도 작가의 착할 정도로 솔직 담백한 에세이와 펜의 느낌이 강한 눈이 즐거워지는 삽화가 함께 있어 햇볕 좋은 날 고양이처럼 드러누워 갸르릉거리며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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