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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해보면 어떨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며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답을 내놓을 것이다. 우리가 배웠던 정의의 일반적인 의미라면 ‘옳은 것’일 것이다. 정의는 미덕이며 좋은 삶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고 배웠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연 그러한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정의의 가치는 절대적인 것인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는 정치철학으로 접근한 정의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신은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달리고 있는 전차를 운전하고 있는 기관사이다. 눈앞의 철로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다섯 명의 인부가 보이지만 브레이크가 들지 않아 전차를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대로라면 이들은 모두 죽게 될 것을 알기에 절박한 심정이 된다. 이때 보이는 옆의 비상철로 이쪽에는 한 명만이 있다. 이쪽으로 가면 한 사람은 죽지만 다섯 사람을 살릴 수 있다. 당신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가정이 너무 극단적이라면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책의 예를 살짝 바꿔서 살펴보자. 당신은 부대원 열 명과 함께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이다. 어떤 마을에서 염소를 치는 두 사람과 아이 한 명을 포로로 잡았다. 이들은 비무장 민간인으로 보였지만 그냥 놔줄 경우 분명히 정의로운 행동이지만 염소치기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적에게 알려줘 죽을 위험이 크다. 당신은 이런 경우에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전자의 의문에는 대부분 한 사람을 죽이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당신이 염소치기들을 살려주는 경우 그들이 위치를 누설해 자신을 제외한 부대원 전부가 희생된다. 당신은 진정 정의로운 선택을 했는가? 마이클 샌델은 이런 도덕적 딜레마를 가진 ‘정의’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 정치철학적으로 접근해 여러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 입장에서는 포로들을 죽여 부대원들을 살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부대원의 수가 많아질수록 이런 공리주의적 입장은 명확해진다. 하지만 이런 공리주의적 입장은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권리에 대한 무시와 모든 가치를 통화화해 계산하려 한다는 반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후 칸트의 사회계약을 기초로 한 도덕철학, 존 롤스의 원초적 평등사상에 의거한 차등원칙, 아리스토텔레스의 텔로스(목적, 목표, 본질)와 미덕을 들어 이런 질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다. 행복과 자유, 미덕은 오늘날 국가(정상적인)를 구성하는 근간이 되었지만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마이클 샌델은 미덕을 강조하지만 그것이 아니며 정답을 찾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정의는 행복과 자유와 미덕, 그리고 삶에 대한 견해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