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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
조이 슬링어 지음, 김이선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이라면 대부분 복수할 대상을 가지고 있고 복수를 꿈꾼다. 다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들 그리고 사회적으로 교육된 이성이 이를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상황들 속에서도 복수의 기회는 찾아온다. 그 기회들 중 어느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기회도 있다. 바로 자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시간이 흘러 복수에 대한 욕망이 시들해지고 자신의 삶을 정리할 때가 가장 좋은 기회다. 이때 무상하게 늙어 버린 사람은 고민한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복수의 욕망을 오랜 세월 속에 지워버리고 조용히 삶을 마감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 번 복수의 불꽃을 다시 피워 올릴 것인가. 하지만 노인들이 복수를 계획하는 것은 어쩐지 애처롭고 우스꽝스러운 블랙코미디가 된다. 조이 슬링어의 『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는 이처럼 씁쓸하고 진한 맛을 가진 노인의 이야기다.
발렌타인은 청과 도매상으로 일하다 은퇴한 여든 한 살의 노인이다. 그는 아내를 죽게 만든 망나니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데 망나니 한 놈이 우연하게 죽어 버린다. 발렌타인은 복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모든 것을 정리한 후 수도원에 들어간다. 그 수도원에 사는 다른 늙은 노인들은 죽기 위해 잠시 거쳐 가는 손님들이라 불릴 뿐, 이런 곳에서 바쁘고 즐겁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발렌타인이 다른 노인들의 눈에는 신기할 따름이다. 결국 복수에 관한 발렌타인의 이야기는 소문을 거쳐 과장되고 전설이 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도원 집행 위원회는 세계의 악한 사람들을 처벌해 나간다. 하지만 스스로 전문가들임을 자처하고 거대한 활동을 하는 노인들이지만 말 그대로 노인들의 모임일 뿐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고 조용히 죽어 나갈 뿐이다.
발렌타인의 이야기는 복수에 대한 이야기지만 복수라는 행위 자체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의 아내를 죽게 만들고도 망나니 1, 2, 3과 같이 이름도 없는 엑스트라로 등장한 복수의 대상에게 경의를! 이처럼 망나니라는 복수의 대상은 조이 슬링어의 발렌타인 이야기 속에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데 이는 더 큰 세상을 향해 통쾌한 복수를 감행하는 죽음을 앞둔 노인들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유쾌한 이야기 속에 씁쓸하면서도 안타까운 웃음을 짓게 하는 것은 그 세상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노인들의 분주하고 애처로운 모습 덕분이다. 수도원 집행 위원회라는 작은 집단에 소속되면서 자신들을 버린 세상 속과 같은 곳에 다시 편입되었다는 순간의 안도감은 이들이 원하는 복수라는 행위와 묘하게 대조되며 대비를 이룬다. 발렌타인과 그의 동료 노인들은 자신들을 무기력하게 만든 세상에 대한 복수보다는 그 세상 속에서 일부로 다시 존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