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트릭
엔도 다케후미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 일본을 보면 부럽기 그지 없다. 서양의 여러 작품들을 읽었다 싶어 눈을 돌려보면 결국 일본의 작품들이 볼 수 있을 것이다. 홈즈와 포와로, 엘러리 퀸을 만나고 난 후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나게 되고 에드거 앨런 포를 본 후 에도가와 란포를 보게 되는 것이다. 분명히 서양의 영향을 받은 정통적인 작품들은 물론 자신들의 정서를 결합시킨 독특한 작품들도 오래전부터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추리소설에 대한 호감은 일본을 추리소설의 천국인 동시에 독특하게 변화된 추리소설의 갈라파고스로 만들었다. 엔도 다케후미의 『프리즌 트릭』은 신본격파 추리소설이다. 추리와 트릭 등이 주가 되는 본격파 추리소설에 반발해 등장한 사회파 추리소설은 전통적인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그 속의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뤄 현실과 사회의 비판이 주가 되었다. 이런 사회파의 득세로 추리소설 자체의 재미가 반감되었다는 반발로 다시 사회파의 장점을 끌어 안고 전통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신본격파 추리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사회파 보다 본격계열의 미스터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은 매우 반갑다. 추리소설 하면 역시 트릭과 그것을 파해하는 탐정이 등장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만 엔도 다케후미의 『프리즌 트릭』의 경우 탐정은 등장하지 않지만 꽤나 골치 아픈 트릭이 등장한다.

이치하라 형무소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피해자는 강산성 용액으로 얼굴이 녹아내려 정체를 알 수 없게 되고 범인으로 의심되는 인물은 도주했다. 피해자는 이시즈카, 살해하고 도망친 사람은 미야자키로 판명된다. 이름 기초로 교도관들과 경찰들이 나서고 의외의 사실이 밝혀진다. 처음 범인으로 알려진 미야자키가 살해된 것이고 도주한 것은 이시즈카였다. 얼굴을 알 수 없게 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경찰은 심상치 않은 사건임을 알게 되고 수사를 해 가면서 범인인 이시즈카 역시 교도소에 들어올 때부터 다른 사람으로 뒤바뀐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진짜 이시즈카는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과연 이시즈카를 사칭한 인물은 누구인가. 경찰은 미야자키와 이시즈카가 형무소에 들어오게 된 사건을 추적하는 가운데 토마토 팜이라는 기업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의 원제는 ‘39조의 과실’이다. 일본 헌법 39조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말하는 것으로 동일한 범죄에 대해 이중의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사용된 트릭은 살인 의도를 가지고 사람을 치어 죽였다고 해도 음주운전으로 그 범죄에 대해 처벌을 받았다면 살인죄는 묻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다만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을 연상케 하는 트릭을 이용해 그에 관련된 사람들의 큰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은 좋았지만 그 속에 일본법의 헛점, 매스컴의 악의적 보도 행태 같은 사회파의 사회고발적인 부분까지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해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한 두 번의 반전으로는 성이 차지 않은 독자들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이야기를 뒤엎는 알 수 없는 마지막의 문장 덕분에 영 뒤가 찝찝한 느낌이었다. 이에 대한 작가의 어떤 코멘트도 없는 것이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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