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
고트프리드 뷔르거 지음, 염정용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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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거짓말’과는 다르다.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이며 하게 되는 악의 없는 과장된 거짓말 정도가 허풍이라고 하면 맞을까? 허풍이라는 단어를 발음해 본다면 그런 느낌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고트프리트 A. 뷔르거의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은 제목이 주는 느낌도 그렇거니와 내용을 보면 그 허풍에 놀래 자빠질 정도다. 뮌히하우젠은 1720년 독일에서 태어난 실존 인물로 러시아군의 장교이자 뛰어난 사냥꾼이며 최고의 말솜씨와 허풍으로 유명했다. 이 책은 그가 술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을 묶은 책으로 출간 당시 독일과 영국에서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사람을 웃기고 싶을 때도 자신이 먼저 웃어 버리면 재미가 반감되는 것처럼 허풍을 더욱 허풍스럽게 하는 것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으며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뮌히하우젠은 자신의 말도 안 되는 허풍을 진실임을 여러 번 강조했지만 다른 사람의 허풍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뮌히하우젠의 허풍은 대략 이런 식이다. 남작의 사냥개인 그레이하운드가 새끼를 밴 상태에서 유난히 살쪄 보이는 토끼를 뒤쫓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러 마리의 개 짖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그레이하운드가 토끼를 뒤쫓으면서 새끼를 낳은 것이다. 게다가 더욱 황당한 허풍은 때마침 그 살찐 토끼 역시 새끼를 낳아 그레이하운드의 새끼 강아지들이 토끼 새끼를 잡고 어미 개는 토끼 어미를 잡았다는 이야기다. 어디 그 뿐이랴. 몸통이 잘려 두 토막이 난 말의 앞부분을 타고 다니고 뒷부분은 번식을 하다가 두 토막을 월계수 가지로 꿰매어놓으니 나무가 자라 말 위의 정원이 되었다는 이야기처럼 황당무계하고 어이없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이에 반해 자신이 잡은 악어를 기증한 박물관의 관리인이 악어를 잡는 남작의 무용담을 자신만큼 부풀리는 것을 불쾌하고 뻔뻔하다며 싫어했다.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자신의 선조는 물론 셰익스피어와 영국의 여왕 같은 실존인물을 등장시킨 능첨스러움이야말로 뮌히하우젠의 허풍을 더욱 빛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다. 두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된 뮌히하우젠의 허풍은 두 번째 이야기인 [뮌히하우젠 남작의 바다 모험 이야기]에서 빛난다. 과거의 동화나 이야기를 차용해 온 뮌히하우젠의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 이야기는 지하세계는 물론 달까지 가는 것으로 절정을 이루며 마무리 역시 허풍으로 끝난다.

아무리 진지하게 허풍을 쳐도, 실존 인물이 등장해도 뮌히하우젠의 모험이 허풍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래도 뻔히 들여다 보이는 뮌히하우젠의 허풍이 밉지 않은 이유는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 넘는 우주적 허풍이 기분 나쁘지 않을 뿐더러 그 허풍 때문에 웃음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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