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흑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
스탕달 지음, 이규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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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책의 제목을 결정할 때 가장 고심하는 부분을 무엇일까? 만약 내가 어떤 이야기를 쓰려고 하거나 끝마친 후 제목을 지으려고 하는 작가라면 당연하게도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 있는 제목을 지으려 할 것이다. 그만큼 이야기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제목이 갖는 중요성은 크다. 제목을 보았을 때 어떤 의미일까라고 고민하다가 책을 다 읽은 후 무릎을 치며 납득할 수 있는 제목이라면 분명 좋은 제목일 것이다. 스탕달의 『적과 흑』은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훌륭한 제목을 가진 훌륭한 작품이다. 적과 흑이라는 색을 가진 제목을 보고 의문을 품었다가 책을 읽어 나가면서 그 색이 의미하는 표면적인 이유와 의미를 알게 된다면 간단해 보이는 저 제목이 얼마나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1830년대,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 왕정이 복고된 프랑스 베리에르의 목재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쥘리앵은 뛰어난 지성과 능력, 야망을 가졌다. 상류층을 증오하면서도 동경하던 쥘리앵은 특히 나폴레옹을 숭배했지만 성직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나폴레옹이 몰락하기 전이라면 낮은 신분으로도 군인이 되어 출세할 수 있었지만 그가 몰락해 버린 지금은 낮은 신분으로도 출세할 수 있는 길은 정치를 좌우할 수 있는 성직자가 되는 길 뿐이었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와 신학과 라틴어를 공부한 덕분에 그 실력을 인정받은 쥘리앵은 베리에르의 시장인 레날 씨의 가정교사가 된다. 그 곳에서 레날 부인을 만나게 되고 자신을 위해 그녀를 유혹했지만 결국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 사실이 밝혀져 집을 떠나게 되고 결국 성직자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입학한다. 그 후 라몰 후작의 비서가 된 쥘리앵은 딸인 마틸다를 유혹해 결혼까지 결정하게 되지만 레날 부인의 편지로 과거의 추문이 밝혀져 쥘리앵의 출세의 길을 산산조각이 난다. 이에 분노한 쥘리앵은 레날 부인을 권총으로 쏘지만 미수에 그쳐 처형된다. 레날부인 역시 그 소식에 충격을 받아 병사하고 그의 장례식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흔하디 흔한 비극적인 연애스토리 같지만 이 작품을 그렇게 가볍게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제목에서 드러난 것처럼 사회의 구조에 휩쓸려 무너지는 젊은이를 그린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시절의 붉은 군복을 의미하는 적(赤)과 성직자 시절의 검은 사제복을 의미 하는 흑(黑)은 각각 자유주의와 복고주의를 나타낸다. 쥘리앵은 자신의 꿈인 상류층이 되기 위해서는 적의 시대에 살아야 했지만 흑의 시대를 살아온 그는 필연적으로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소설은 백 년 후의 독자들이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스탕달의 말처럼 『적과 흑』의 이야기 구조가 아직도 사용되는 것을 보면 보편적 사회 질서에 무너져 내리는 젊은이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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