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박수 소리
리아 헤이거 코헨 지음, 강수정 옮김 / 지호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보통 사람들은 갖지 못한 능력을 발휘하는 초능력자들이 나오는 책이나 만화, 영화를 보면 그들은 대개 실험 대상으로 필요에 따라 쓰이다가 그 필요가 사라지면 버려진다. 보통 사람들과 달리 ‘초능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경이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두려움이 그것을 압도한다. 초능력자들은 더 이상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초능력자들과는 반대의 이유로 청각 장애인들은 ‘정상’의 범주에 들지 못한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보통 사람들과 달리 그들은 선천적으로, 혹은 후천적으로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정상’의 기준은 무엇일까? 인간의 종(種)으로 태어나 사지 육신을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만큼만 쓸 수 있으면 ‘정상’인 걸까? 그 이상은 경계하고 그 이하는 얕보는, 이건 마치 죄인을 사각형 테이블에 눕혀놓고서 사지가 짧으면 테이블에 맞춰 잡아늘이고, 길면 또 그 테이블에 맞게 잘라내려는 형벌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리아 헤이거 코헨의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그런 보통 사람들의 턱없는 오만을 통렬하게 꼬집는다. 온갖 소리로 떠들썩한 건청인의 세계보다 소리 없이도 더 충만하고, 더욱 다정하고, 더더욱 농밀한 진심을 주고받는 청각장애인의 고요한 침묵의 세계를 그저 담백하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사실 ‘장애’라는 단어도 건청인을 기준(‘정상’)으로 표현한 용어이므로 이 책의 감상을 기록하는 데 결단코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미욱스럽게도 달리 대체할 만한 말을 찾지 못했음을 밝혀둔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신체적 특징을 지니고 있듯이 청각도 그 특징들 중 하나일 뿐이다. 다른 사람에 비해 새끼손가락이 유난히 짧아도 이상할 것 하나 없듯이, 그들은 그저 청각 능력이 없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부디 용서하길!

리아는 청각장애인 조부모와 건청인 부모 슬하에서 어릴 때부터 부모가 모두 일한 청각장애인을 위한 학교 ‘렉싱턴 청각장애학교’에서 자랐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소리가 당연하게 들리는 건청인이지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을 이질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들의 문화를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은 그 특별한 성장 환경 덕분이었다. 두 세계를 오간 리아는 소리 없이도 온 마음으로 서로를 속속들이 이해하는 그들을 동경했다고 고백한다. 가벼운 입이 아니라 신중한 손으로 만들어가는, 우아하고 온기 가득한 침묵의 언어! 『반짝이는 박수 소리』에서는 ‘수어(手語)’와 ‘수화(手話)’를 섞어 쓰고 있는데, ‘수어’는 수화(몸짓언어가 아닌 정식 손말) 역시 체계적인 언어의 일종으로 한글이나 영어와 동등한 의사소통 수단임을 강조하는 단어다.

코헨 부부는 백인 리아와 레바 자매에게 흑인 남동생 앤디를 만들어주었다. 언어의 한 종류로 수어와 영어를 똑같이 바라봤던 것처럼 리아에게는 세상에는 백인도 있고 흑인도 있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도 있을 뿐이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진정한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리로 만들어지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은 열망’이다. 그 진심을 담는 언어는 그다음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무시로 말을 흘리지만, 그 말들은 서로에게 가닿지 못한 채 귓가에서 흩어진다.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귀 기울인 지가 얼마나 오래인가. 소리를 들을 줄 알고 말도 할 줄 아는 우리에게도 ‘완전한 소통’은 간절한 꿈이다. 수화에 아름다운 온기가 깃들어 뭉클한 감동을 일으키는 것은 ‘소통’을 향한 애절한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진심의 고밀도’라고나 할까. 서로에게 온전히 가닿는 길을 여는 손, 그 손짓 하나하나로 엮어가는 언어에는 소리보다 더 다정하고, 따뜻하며, 사랑스러운 속삭임이 영롱하게 반짝이는 구슬처럼 주렁주렁 맺혀 있다. 팔을 들고 손가락을 펼친 채 흔드는 손동작은 박수 소리의 시각적 표현이다. 가장 아름다운 갈채는 온 마음을 다해 흔들어 조용하게 반짝이는 그들의 박수다. 나도 그 갈채의 대열에 끼어, 브라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