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서브 로사 2 - 네메시스의 팔 로마 서브 로사 2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현대에 이르러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장르를 한정 짓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되었다. 문학이나 음악, 영화와 게임 등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SF, 추리소설, 미스터리, 록, 댄스 처럼 과거 꼼꼼히 장르를 나누던 시절은 이미 오래된 과거일 뿐이다. 미스터리 느낌이 물씬 풍기는 추리소설인데 배경은 먼 미래라면 어떤 장르에 속할 것인가? 대중문화와 전통적인 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마당에 하위장르의 구분이라니.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 서브 로사 - 네메시스의 팔』도 과거의 분류법으로는 절대 한정 지을 수 없는 이야기다. 1편 『로마인의 피』에 이어 출간된 2권 역시 전문적인 로마 관련 서적에 비견될 만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매력적인 탐정의 이야기를 껴 넣은 스티븐 세일러의 솜씨는 여전하다. 이는 대학에서 역사와 그리스-로마 고전을 전공하고 추리소설로 데뷔한 작가의 독특한 이력 덕분이기도 하다.

1편의 이야기에서 어느덧 시간이 훌쩍 흘러 중년이 된 더듬이라 불리는 고르디아누스는 첫 사건을 해결한 덕분에 전문적인 탐정이 되어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어느 날 아침부터  의뢰인이 찾아와 다섯 배의 보수를 약속하며 외지로 나갈 것을 부탁한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을 뿐 아니라 해결 기한도 5일이라는 제한이 있다는 의뢰인의 이야기에 고르디아누스는 로마의 남쪽 바이아이로 향한다.

당시는 노예 검투사 스파르타쿠스가 반란을 일으킨 시기였다. 이미 두 번의 노예전쟁을 겪은 로마에서 기원전 73년 다시 발생한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은 로마의 기성 질서를 뒤흔든 것이었다. 이런 혼란스러운 와중에 당대 최고의 부자이기도 한 마르쿠스 크라수스의 별장에서 크라수스의 먼 친척인 귀족 루키우스 리키니우스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크라수스는 사라진 노예 두 명을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장례식 후 주인을 살해한 노예는 처형해야 한다는 로마법에 따라 나머지 노예 99명을 공개처형하기로 한다. 이는 사건을 빌미로 자신의 이름을 알려 정계로 진출하려는 크라수스의 속셈도 있었다. 더듬이 고르디아누스는 과연 5일 안에 진범을 잡고 공개처형의 위기에 처한 노예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로마 귀족 사회의 추악한 실상과 권력을 향한 욕망이 그대로 드러난다. 로마 권력자들의 암투에 이어 노예들의 이야기로 당시 로마의 사회적 상황을 잘 보여 준다. 아울러 로마 지방도시의 상세한 묘사는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 준다. 추리소설적으로도 변화가 있는데 1권의 목격자이기도 했던 에코를 양아들로 삼아 조력자가 되어 함께 활약하게 된다. 2권의 제목이기도 한 네메시스는 율법의 여신으로 인간의 주제넘는 행위에 대한 신의 보복을 의미한다고 한다. 네메시스의 팔로 불린 더듬이 고르디아누스는 다음 권에 또 어떤 활약을 펼칠는지 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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