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터 - 집으로 쓴 시!, 건축 본능을 일깨우는 손수 지은 집 개론서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 1
로이드 칸 지음, 이한중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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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집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울에서 잘 빠진 집 한 채를 갖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하고 집의 노예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우리의 집은 가장 큰 재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이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며 이는 우리의 삶이 여유롭게 살기에는 너무 팍팍한 탓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원의 삶을 꿈꾸고 전원의 주택을 꿈꾸고 있다. 삶의 여유가 된다면 나도 역시 한적한 곳에서 자연과 함께 하며 자신만의 집을 짓고 살고 싶다. 용기가 없어서 그러지 못하는 거라고 쉽게 말하지 말자. 적어도 지금 우리나라는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로이드 칸의 『셸터SHELTER』는 부제인 ‘건축 본능을 일깨우는 손수 지은 집 개론’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이 스스로 지은 집에 대한 이야기다. 과거 동굴 같은 곳에서 기거하다가 자신만의 집을 짓기 시작한 이후로 집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책 소개의 SHELTER의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지만 초창기의 집은 임시거처의 목적이 더 컸고 그만큼 더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나무나 짚, 돌과 같은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지어진 오두막, 사막에서 주로 지어졌던 동물의 가죽을 이용해 쉽게 짓고 철거할 수 있는 천막에서 시작해 지붕과 뼈대가 분리되고 벽돌이나 콘크리트 같은 인간이 직접 만든 재료를 사용하게 되면서 집은 점차 상시 거주의 목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도록 실용적인 면만을 강조했던 임시 거처에서 벗어나 인간이 정착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집은 실용적인 공간만의 의미를 벗어나게 된다. 집이 생활의 일부가 된 덕분에 그 규모는 더욱 커지고 튼튼해졌으며 외관은 화려해졌다. 겔에서 거주하는 몽고 유목민들과 시멘트로 집을 짓고 살고 있는 몽고 마을 주민들을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아파트야말로 좁은 땅에 지을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거처일 지도 모른다. 인구가 갑자기 감소하지 않는 이상 멋없지만 좁은 땅에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아파트 형태의 건축물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자연을 향하는 것인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황토집이나 한옥집, 통나무집처럼 손수 집을 지을 수 있는 강좌가 열리기도 한다. 디자이너들에 의해 예쁘게만 지어진 집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집을 지을 수 있다면 집에 대한 애착은 더울 클 것이다. 로이드 칸의 『셸터SHELTER』는 실용서가 아니다. 이 책에서 집에 대한 영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오래 전에 지어졌던 집을 위주로 소개하는 덕분에 자신의 집을 짓기 위해 그대로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지역별로, 나라별로 다를 뿐 아니라 지은 사람의 개성마저 표출되는 손수 지은 집을 사진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만의 집을 짓고 싶어서 좀이 쑤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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