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브 2
모리 에토 지음, 오유리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달리기든(사토 다카코의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미우라 시온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야구든(아사노 아쓰코의 『배터리』), 다이빙이든(모리 에토의 『다이브』) 몸을 움직여 육체의 한계에 도전하고 그 한계조차 초월하여 자신만의 세계에 가닿는 운동은 솜씨 좋은 이야기꾼의 입담을 통하는 것만으로도 심장박동을 생기 있게 되살린다. 운동을 소재로 하는 소설 속 인물들의 호흡, 긴장감, 전율, 쾌감, 그리고 한 걸음 크게 도약하는 성장의 기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것은 참 신기한 경험이다. 이런 소설들을 읽으면 실제로 달리고 싶다든가 하는 욕구가 솟구치는데, 독서는 아무래도 정직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닌 머릿속 가상 행위에 지나지 않으니 못내 아쉽기 때문이 아닐까.

모리 에토의 『다이브』는 다이빙에 자신의 꿈과 세계를 건 소년들의 성장기다. 수영 종목 중에서도 꽤 낯선 다이빙은 높은 곳에서 물속으로 잘 뛰어들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사실 텔레비전으로 아주 가끔, 그나마도 잠깐만 채널을 멈춘 채 다이빙 경기를 보고 있을 때, 중력을 어쩌지 못하고 순식간에 곤두박질치는 그 짧은 찰나에 저들은 무엇을 얼마나 다르게 보여줄 수 있을까 싶었다. 외부인의 시선은 이렇듯 철저하게 무심하지만, 운동을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다른 소설들이 그렇듯이 모리 에토가 그려내는 다이빙의 세계는 외부인의 무관심으로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운 긴장감과 섬세한 움직임으로 가득 차 있다. 다이빙은 높이 10미터, 시속 60킬로미터, 플랫폼에서 도약하여 물속으로 스며들기까지 공중에 머무는 시간 1.4초로 집약된다. 하지만 다이빙 선수들은 아찔한 높이에서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면서 그 짧은 순간 인간의 육체 구석구석에 뻗어 있는 자잘한 근육까지 모두 제어하여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다이브』의 이야기 구조는 다른 스포츠 소설들과 비슷하다. 존폐의 기로에 선 클럽, 클럽의 존속을 위한 어려운 과제,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거나 잠재력이 충만한 소년들, 물론 그저 평범한 보통의 아이들도, 그리고 그들의 개인적인 고민, 그 고민을 극복하는 데 힘이 되어주는 우정, 그 모든 것을 밑거름으로 하는 성장,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그렇다고 이야기 자체가 구태의연한 것은 아니다. 이 익숙한 얼개에 달리기든, 야구든, 다이빙이든 운동의 새로운 매력이 더해지면 매혹적인 성장담으로 변한다. 다이빙을 묘사하는 모리 에토의 표현들 중 가장 멋지다고 감탄했던 글귀는, 다이빙은 “땅을 떠나 하늘을 우러르다 물로 귀환하는 본능”을 품은 이들의 세계라는 것이다. 그 본능대로 『다이브』의 소년들은 끊임없이 하늘로 치솟아 있는 다이빙대 ‘콘크리트 드래곤’에 오르고 사각 풀의 물속으로 날아 내리길 반복한다.

다이빙 선수였던 부모의 핏속에서 태어나 타고난 재능과 엄청난 노력으로 정교한 고난도 기술을 연기하는 후지타니 요이치. 안전한 풍어를 위해 높은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집안의 혈통 속에 전설적인 다이빙 선수 할아버지의 손자로 사람들의 심장을 강하게 울리는 연기를 펼치는 오키쓰 시부키. 동체 시력이 탁월한 다이아몬드 눈동자와 뛰어난 유연성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한계를 모르는 다이빙을 보여주는 사카이 도모키. 그리고 다이빙에 별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농구에서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료. 역시 다이빙에 재능은 없지만 자신만의 성장 속도를 따라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며 다이빙을 사랑하는 마루야마 레이지. 엄마에게 끌려와 엉겁결에 다이빙을 시작했지만 서포터로서 다이빙을 사랑하게 된 사치야까지. 『다이브』의 소년들이 어우러져 자신만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계를 뛰어넘어 훌쩍 성장하는 과정은 가슴 콩닥이는 풍경이다. 성장소설 속 주인공의 나이가 어떻든 건강한 성장을 마주하면 무기력한 맥박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다이브』를 읽고 나서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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