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연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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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릴까? 드라큘라의 성처럼 꾸민 으스스한 귀신의 집, 천천히 올라갔다 휙 내려오며 뱅글뱅글 돌며 스릴을 느끼는 롤러코스터, 커다란 배를 타고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바이킹도 있겠다. 그리고 도저히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회전목마다. 흥겨운 오르간 소리가 들리고 알록달록한 말들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빙글빙글 도는 회전목마가 빠진 놀이공원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어쩌면 놀이공원의 상징처럼 되 버린 회전목마는 금새 지루해지는 놀이기구이기도 하다. 흥겨운 음악과 위아래로 움직이는 말을 타 보아도 그저 빙글빙글 도는 것이 전부인 놀이기구.

우리나라 공무원에게는 언제부터인가 인한 복지부동, 변화를 싫어하는 정적인 이미지의 대명사라는 좋지 않은 인식이 생겨 버렸다. 일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관료주의가 지배하는 나라답게 공무원을 바라보는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기와라 히로시의 『회전목마』는 평범한 9년차 공무원 토노 케이치가 적자에 허덕이는 놀이공원을 재건하라는 날벼락 같은 임무를 떠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코믹 장편소설이다.

사기업인 가전회사에서 회사생활을 하다가 일에 치어 사는 삶을 견디지 못하고 고향에 돌아와 공무원의 삶을 시작한 토노 케이치, 그는 지방의 한가한 공무원 생활을 너무 사랑하고 있다. 식당에서 메뉴도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다섯 시 퇴근에 길들여진 소심하고 평범한 토노 케이치에게 어느 날 청천벽력과도 같은 임무가 떨어진다. 그것은 바로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영되며 적자에 허덕이는 놀이공원인 ‘아테네 마을’을 재건하라는 것이다. 그것에 더해 ‘골든 위크 이벤트’까지 성공시키라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된 토노 케이치는 여러 계획을 세워 보지만 그 주위에 있는 것은 평소의 자신보다 더한 인간들 뿐,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상사와 일을 시켜도 요리조리 빠져나가 버리는 부하 직원들을 보며 절망하지만 예전의 열정이 되살아난 토노 케이치는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무원이 이렇게 인기가 많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 변화 없는 삶 때문일 것이다. 안정적인 삶은 지금처럼 불안한 시대에 얼마나 매력적인가. 복지부동은 위태로운 세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아테네 마을’의 실패는 예정되었던 것이었고 토노 케이치 역시 이제는 관광과 소속 공무원으로 예전처럼 일상적인 삶 속으로 다시 되돌아올지 모른다. 하지만 토노 케이치는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은 놀이공원에서 밤의 회전목마를 타며 더 멀리 더 넓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변화를 꿈꾸며 노력한 토노 케이치를 응원하게 된 것은 나 역시 변화를 두려워하고 평범한 것을 꿈꾸는 소심한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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