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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케옵스 - 마르세유 3부작 1부
장 클로드 이쪼 지음, 강주헌 옮김 / 아르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느와르라 하면 우리에게는 <영웅본색>과 <첩혈쌍웅> 등의 홍콩 영화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의 암울한 시대상 속에 유행했던 영화들을 말한다. 후에 프랑스 비평가들이 이들 영화들을 재조명하며 필름 느와르(Film noir)라 불렀고 느와르(검은)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내용도 어두운 색채를 띠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싸구려로 인식되던 탐정소설들이 영화와 결합하게 되며 감독이 의도했건 아니건 당시의 암울한 사회적 상황과 작가의 내면이 영화 속에 녹아 들어 허무주의적이고 퇴폐적인 모습을 그리게 된다. 흔히 홍콩 느와르로 불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들은 홍콩 반환이라는 홍콩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는 있지만 남자들 간의 우정과 슬픔, 비장미와 같은 동양적인 감수성을 주로 접근하려 한 것이 필름 느와르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장 클로드 이쪼의 『토탈 케옵스』는 대혼란이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로 항구도시 마르세유를 배경으로 한 전형적인 필름 느와르에 가깝다. 저자는 마르세유 경찰서의 수사관인 파비우를 주인공으로 한 마르세유 3부작을 통해 대중적인 성공은 물론 프랑스 장르문학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름답고 화려해 보이는 지중해 항구 도시 마르세유의 이면은 그 이름만큼 어둡다. 이민자들의 고달프면서 폭력적인 삶과 현지인들의 인종차별, 마약과 살인, 부패한 경찰들이 득실거리는 마르세유, 이곳의 경찰인 파비오는 이탈리아 이민자 2세로 재즈와 블루스, 위스키를 즐긴다. 어린 시절 파비오와 우고, 마누는 함께 범죄를 저지르던 친구였다. 자라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친구들이지만 마누가 살인청부업자에게 죽임을 당하고 복수를 위해 돌아온 우고는 범죄를 사주한 뒷골목의 거물을 살해한 후 경찰들에게 사살된다. 경찰의 주류에서 밀려난 파비오는 이제 혼자 남게 되고 사건을 파헤치던 중 정치집단과 경찰, 폭력집단이 뒤엉킨 거대한 음모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토탈 케옵스』의 차례 부분의 문장은 ‘불행이 닥칠 때 우리가 버림받은 존재라는 걸 다시 깨닫는 곳’과 같이 각각의 마르세유 뒷골목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아름다운 항구도시인 마르세유라는 이름 뒤의 어두움은 그 밝은 이름만큼이나 더 어둡다. 남을 밟고 살아 남아야 하고 살아남은 곳이 강한 마르세유의 삶은 피에 젖어 나뒹구는 시체만 없을 뿐,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사실 『토탈 케옵스』의 이야기는 작가가 프랑스라는 문화적 측면을 철저하게 배제해 버린 덕분에 지명만 바꿔 세계 어느 항구 도시에 가져다 놓아도 어울릴 듯하다. 카리스마도 힘도 없이 때로는 허약한 모습마저 보이는 주인공 파비오 몬탈레의 이야기는 어떻게 계속될까. 앞으로 남은 2, 3부가 궁금해진다.
*참고로 56페이지의 주에 마일즈 데이비스는 ‘미국의 재즈 음악가’가 맞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