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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노스케 이야기 ㅣ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평점 :
대학을 졸업한 지도 시간이 꽤나 지나버려서 요즈음 대학 생활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간간히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전부는 아니겠지만 고등학교의 연장선이며 학원 같은 풍경이라고 한다. 취업을 위한 대학 생활이 된 것이 살벌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지만 안쓰러운 것이 사실이다. 추억이 아름다운 것은 미화되기 때문이라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대학 생활과 짬뽕만큼은 예전이 좋았다. 1990년대 초 IMF 오기 전 우리나라의 대학 시절은 지금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적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던 여유만만한 시절이었다. 게다가 대학생이 되면 부모님이 여전히 어릴 뿐인 자식에게 ‘너도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어느 정도 타락은 허락해 주마’ 같은 분위기가 있었고 자식들 역시 이를 충실히 따랐다. 요시다 슈이치의 『요노스케 이야기』의 요노스케도 그러했다. 1980년대 후반 버블경제가 시작된 일본은 1980년대라는 시간 자체가 사회적으로도 여유만만한 시기였고 이 시절에 대학을 들어간 요노스케 역시 느긋한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소설의 시간 개념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요노스케는 분명 이런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일상은 다채롭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청춘의 일상이라면 더욱 그러하리라. 요시다 슈이치는 『요노스케 이야기』의 세세하고 매력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여전히 따스한 시선으로 인간의 일상을 그려낸다.
에도 시대 풍속소설의 주인공과 이름이 같은 요노스케는 호색한의 이름과는 달리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헐렁한 청춘이다. 고등학교 졸업앨범과, 낡은 추리닝, 탁상시계를 들고 대학 생활을 위해 규슈에서 도쿄로 상경한 요노스케는 벚꽃이 피던 4월부터 1년 동안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소동을 일으키며 성장해 나간다. 우연히 접하게 된 난민 조우 사건과 이웃 사진작가와의 만남은 요노스케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매월 일어나는 소동과 사람들과의 관계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각각의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요노스케는 학창시절 한두 명씩 항상 볼 수 있던 그런 평범한 존재다. 선명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잘 기억해 보면 슬며시 웃음 짓게 만드는 그런 친구 같은 존재, 어쩌면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가 요노스케 같은 친구였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은 요노스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요노스케 친구의 시점으로 이야기하는 요노스케에 대한 기억 덕분에 1980년대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아닌 시간이 훌쩍 흘러 요노스케를 추억하며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이야기인 듯한 느낌을 준다. 요노스케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기억되었으면, 이렇게 느긋한 기분으로 추억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