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라이프
윌리 블로틴 지음, 신선해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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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선 이 책을 읽기 전에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미국의 모텔에 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모텔의 이미지라면 주로 성(性)적이고 음성적인 의미로만 다가오지만 미국에서 모텔은 자동차가 아니면 생활과 이동이 불가능한 크고 거대한 땅덩어리 덕분에 원래 그대로의 의미인 자동차 여행자의 숙박소(motor+hotel)로 이해해야 한다. 굳이 우리나라 말로 바꾼다면 여관 라이프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상처받은 영혼과 지치고 힘든 몸을 잠시 쉬었다가 또 떠나야만 하는 모텔의 삶 덕분에 필연적으로 이야기―영화화가 예정되었다고 하는 이 작품이 <델마와 루이스>같은 로드무비처럼 만들어지면 좋겠다―가 생겨난다. 얼터너티브 밴드 ‘리치몬드 폰테인’의 리드싱어이기도 한 윌리 블로틴은 『모텔 라이프』를 통해 지친 삶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형제의 이야기를 노래하듯 이야기한다.

네바다 주 리노의 모텔을 전전하며 살고 있는 제리 리와 프랭크 형제는 불행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도박에 중독되어 결국 집을 나갔다. 하지만 이들 형제는 그들의 삶에 만족하고 살고 있지만 언제까지 평온할까. 오리 같은 새가 창문을 깨고 들어와 죽어버린 어느 날 프랭크의 형인 제리 리는 소년을 치어 죽이고 만다. 소년의 시체를 싣고 와 엉엉 울고 있기만 한 형을 달래 형제는 전 재산을 챙겨 시체를 버리고 여행을 떠난다. 형인 제리 리는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돌아와 자살을 시도한다.

형을 간호하던 프랭크는 도박으로 다시 작은 행운을 거머쥔다. 형은 다시 떠나기를 원하고 형제는 ‘꿈의 은신처’를 찾아 떠난다. 프랭크가 일하던 중고 자동차 가게의 사장인 할아버지에 들었던 그곳, 희망을 찾아가기 위해 사람들에게 프랭크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자신들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할리우드 영화 같은 희망 이야기,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이야기는 실제 삶 때문에 더욱 서글프다. 프랭크가 이야기 속에서 희망을 찾았다면 제리 리는 그림 속에서 희망을 찾았다. 자살을 시도했던 상처가 덧나 죽어가던 형은 동생에게 그림을 건네고 동생은 형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형은 결국 죽고 프랭크는 사랑했지만 사소한 실수로 헤어졌던 애니에게 향한다.

불행한 사람들의 희망 찾기는 결국 불행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현실은 보기보다 훨씬 가혹하고 가끔씩 꿈꾸는 희망은 이처럼 가혹한 현실 앞에 한없이 움츠러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희망을 이야기하고 꿈꾸는 것은 책의 마지막 문장처럼 ‘희망, 그것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형마저 죽어 모든 것을 잃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프랭크였지만 여전히 희망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랑하는 애니를 기다리며 그가 생각하고 있던 것 역시 희망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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