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포스 Olympos
댄 시먼스 지음, 김수연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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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이 SF의 주요 화두지만 그 시간을 계속 거슬러 올라가 신화와 결합해 하나가 되어 시공간마저 초월하게 된다면 이것을 더 이상 SF라고 단정지어 버리기는 무리일지도 모른다. 댄 시먼즈의 전작 『일리움』에 이은 『올림포스』는 조금 다른 형태의 진중한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이름이 제일 적당할 것이다. 거대한 스케일의 스페이스 오페라 형태의 작품 역시 신화의 체계-스페이스 오페라라 불리는 작품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우주의 오래된 역사, 거대 제국의 등장, 영웅들의 모험담과 같은 것들-에서도 큰 영향을 받았다. 10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이 책 - 전작 『일리움』까지 더한다면 어지간한 백과사전보다도 훨씬 두껍다 - 은 고대 그리스의 가장 오래된 서사시이기도 한 호머의 『일리어드』를 기반으로 40세기의 과학이 결합된 5천년 태양계를 아우르는 장대한 스케일의 작품이다. 물론 이 작품의 기본 틀이 되기도 한 호머의 『일리어드』를 먼저 본다면 『올림포스』를 읽는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시대를 초월해 모든 예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그리스 신화를 아는 것은 이 작품은 물론 서양문학과 예술 전반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수많은 신들과 인간 영웅들의 모험담이 뒤섞인 신화는 국가의 흥망과 인간의 삶 자체를 투영함으로 현대 문학의 가장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작가인 댄 시먼즈는 신화를 차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신화와 SF 그리고 현대의 세계를 직접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시리즈는 현대문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서로 전혀 상관없을 듯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하나의 연결고리를 찾아 합쳐지는 구성을 가진다. 『일리움』에서 펼쳐진 세 이야기 - 9년째 접어든 그리스와 트로이 전쟁과 관찰자, 40세기 인류가 떠나버린 지구의 일리움 평원의 전쟁, 목성의 지각을 가진 유기체 기계종족이 화성에서 만나게 되는 신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여 『올림포스』에서 뒤엉킨 혼돈을 이룬다.

『올림포스』를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욕심 많은 저자 댄 시먼즈 덕분에 그리스 신화는 물론 온갖 고전들과 문화적인 코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나 프루스트 같은 고전 문학 작품의 텍스트를 인용하는 것은 물론 스타워즈 - R2D2와 3PO의 패러디가 분명한 수다쟁이 로봇 - 와 현대의 사건마저도 작품 속에 끌어들였다. 결국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전작 『일리움』은 물론이고,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그리스 신화 정도는 반드시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것이 독자에게는 꽤나 불친절해 보이기도 하지만 저자가 뒤틀어 놓은 신화와 고전이 얼마나 황당하고 어수선하며 또 그만큼 재미있는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리즈 합 2000페이지 정도 되는 책답게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또 그만큼 책이 너무 무거워 들고 다니며 읽기는 힘들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진 약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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