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스페셜 꽃의 비밀 - 꽃에게로 가는 향기로운 여행
KBS 스페셜 <꽃의 비밀> 제작팀 지음, 신동환 엮음 / 가치창조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꽃을 보면 무언가가 떠오를까? 연인을 위해 장미꽃을 한아름 안고 행복한 모습으로 가는 남자를 떠올릴 수도 있고 잘 손질된 화단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할머니를 떠올릴 수도 있으며 아카시아 향기가 듬뿍 밴 달콤한 꿀이나 향수를 떠올릴 수도 있겠고 꽃잎의 수를 세며 피보나치 수열을 생각하는 학생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꽃의 이미지는 한가로움이다. 목을 길게 뽑아 줄기차게 해를 좇는 해바라기도, 더운 아스팔트 옆에 줄줄이 피어 있는 코스모스도, 길가에 무리를 지어 색색으로 피어 있는 이름 모를 들꽃에서도 한가로움이 느껴 진다. 봄에 잠깐 피고 길가에 수북하게 쌓이는 벚꽃처럼 애처로운 꽃들도 있긴 하지만 여름에 잠깐 살기 위해 몇 년을 땅속에서 지내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여유롭지 않은 사람이 있던가? 꽃은 어쨌거나 한가로운 존재다. 

『꽃의 비밀』은 꽃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프롤로그의 말처럼 것처럼 꽃은 인간의 삶에서 절대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다. 태어난 후 첫 생일에 꽃을 선물 받는 것으로 시작해 학교의 입학과 졸업식장에서도 꽃을 선물하며, 사회생활과 결혼식장에서도 꽃으로 축하를 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죽음에 이르러도 꽃은 항상 인간의 가까운 곳에 놓여 있다. 이처럼 꽃은 인간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지만 어쩌면 이것은 꽃에 대한 인간들의 집요한 짝사랑으로 보인다. 네덜란드의 ‘튤립 공황’은 꽃에 대한 집착과 탐욕이 낳은 꽃과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큰 재앙이다. 꽃을 투자의 대상뿐 아니라 자신을 가꾸는 데 사용하는 것도 인간이다. 1kg의 장미향이 가득한 오일을 얻기 위해 필요한 장미의 양은 1ha(1000제곱미터)다. 이처럼 인간은 꽃을 소비하고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꽃은 인간에게 무한한 행복을 주는 존재다. 가장 자연스러운 미소라는 ‘듀센 미소’를 짓게 하는 것과 굳이 피보나치 수열을 들지 않더라도 꽃의 완벽한 조화로움은 인간에게 가장 편안함을 주는 힘이다. 

꽃은 꽃말을 가지고 있다. 이름 말고도 각각의 꽃에 모양과 향기와 신화 속에서 찾은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꽃이 인간과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친숙하게 지내왔는지를 보여준다. 꽃은 그저 자연의 일부로 피어 있을 뿐인데 인간은 항상 꽃을 가까이 하며 살아왔다. 꽃이 주는 것은 진정한 행복함이다. 꽃의 조화로운 모양도, 은은하게 퍼져 나가는 향기도, 빨갛고 파랗고 노란 자연의 색도, 인위적이고 가식적인 미소가 아니라 자연스럽고 행복한 진짜 미소를 짓게 하는 데도 꽃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 주위에 작은 꽃을 심은 화분을 두자. 작은 기적이 그대에게 올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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