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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게임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와 스릴러물이 환상적 리얼리즘과 만난다면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천사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애드거 앨런 포, 스티븐 킹,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뒤섞인 듯하다는 책 추천사는 크게 틀리지 않다. 내전 이전의 혼란스럽고 암울한 상황이던 20세기 초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주인공 다비드 마르틴과 그가 써야만 하는 ‘종교와 같은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비드 마르틴은 참전의 고통에 괴로워하는 아버지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이런 다비드를 위로해 준 것은 책이었다. 가난으로 책을 사지 못하는 다비드 마르틴에게 '셈페레와 아들' 서점의 주인 샘 페레는 책을 싸게 팔고 마음껏 읽게 해 주는 영혼의 친구였다. 아버지가 괴한에게 죽고 혼자가 된 다비드 마르틴은 신문사에서 일하게 된다. 그의 문학적 재능을 눈여겨 본 부호 페드로 비달은 다비드 마르틴에게 글을 써 볼 것을 권유하고 그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신문에 글을 연재해 인기를 끌지만 동료들의 질시로 회사에서 쫓겨 난다. 다비드 마르틴은 본격적으로 작가의 삶을 살기 위해 평소 눈여겨 두었던 ‘탑의 집’으로 이사하게 되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책은 인기가 없다. 가명으로 소설을 발표하며 살던 중 자신이 뇌종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절망에 빠진 다비드 마르틴은 샘 페레를 찾아가고 샘 페레는 ‘잊혀진 책들의 묘지’로 다비드 마르틴을 데려 가고 그는 한 권의 책을 손에 넣는다. 이 때 비밀에 쌓인 안드레아스 코렐리라는 사람에게 ‘모든 이들의 마음과 영혼을 바꾸어 놓을 힘을 지닌 책’을 써 달라는 부탁과 뇌종양의 치료라는 교환 조건을 제시한 그의 요구를 수락한다. 하지만 안드레아스 코렐리를 조사하던 다비드 마르틴은 자신 말고도 그런 책을 쓰던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추리와 스릴러적인 요소 덕분에 읽는 재미가 부족하지는 않지만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스페인의 상황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 등장인물들의 종교에 대한 토론과 책 자체에 대한 진지한 해석은 이 책을 마냥 쉽게 볼 수 없게 만든다. 『천사의 게임』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 기획한 책을 위한 4부작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전작 『바람의 그림자』가 책 자체와 책을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천사의 게임』은 영원의 책을 쓰고 싶은 작가에 대한 이야기다. 책에 대한 문학을 완성하고 싶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다음 책은 어떤 내용일지 몹시 기대가 된다. ‘잊혀진 책들의 묘지’와 ‘샘 페레와 아들’ 서점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