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두 발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는 달리기는 참으로 정직한 일이다. 한 발 한 발 보탤수록 그만큼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은 줄어들고 내가 나아간 길은 내 뒤로 길게 늘어선다. 순간의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여 한순간 바람이 되는 단거리 달리기도, 오랜 시간 강인한 힘과 거친 호흡을 나누어 달리는 내내 바람을 불러들이는 장거리 달리기도 결국은 두 다리와 두 발의 역동적인 움직임들로 내게 주어진 거리를 완주해 낸다. 함께 출발선에 서도 총성이 울리는 순간부터는 100미터 달리기도, 49.195킬로미터를 달리는 마라톤도 내 몸의 한계도 넘어서고 내 정신의 한계도 뛰어넘는 개인의 달리기이지만, 이어달리기만은 바통을 주고받으며 ‘개인의 달리기’에서 ‘우리의 달리기’로 달리는 모든 감각을 공유한다. 

미우라 시온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우리의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홀로 달리는 달리기가 아니라 함께 달리는 달리기를 보여주기 위해 하코네 역전경주를 선택했다. 하코네 역전경주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장거리 경주로 해마다 1월 2일부터 3일까지 이틀 동안 10명의 주자들이 어깨띠를 주고받으며 일본 도쿄~하코네 구간(217.9km)을 왕복하는 이어달리기다. 물론 누구나 10명씩 짝을 짓기만 하면 참여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 일정 수준의 공식 기록을 보유하고 특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잘못 헛딛으면 구멍이 뚫릴 정도로 낡은 2층 목조 건물 지쿠세이소(竹靑莊)에 세든 간세 대학생 딱 열 명이 모여 하코네 역전경주에 도전한다. 외모는 물론 나이도, 체력도, 성격도, 개성도, 취미도, 성장 배경도 제각각인 열 명의 청년들이 점점 ‘달리기’에 매료되고, 함께 달리면서 같은 꿈을 꾸고, 달리기로만 도달할 수 있는 “어딘가 더 멀고, 깊고, 아름다운 장소”를 향해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만화책이나 TV 퀴즈 프로그램에만 빠져 운동이라곤 관심조차 가진 적 없는 이부터 달리기 신(神)의 특별한 선택을 받은 듯 이미 달리기의 기쁨에 중독되어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는 이까지, 그리고 달리기에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일찌감치 체념하여 잠시 달리는 기쁨을 망각한 이부터 무지 달리고 싶지만 부상 때문에 더는 달리기 어려운 이까지, 지쿠세이소 주민들은 함께 달린다. 자신에게 주어진 구간만큼은 누구도 대신 달려줄 수 없는 고독한  ‘개인의 달리기’로 완주하고, 자신을 기다리는 다음 주자에게 어깨띠를 건네며 ‘우리의 달리기’를 새롭게 시작한다. 그리고 열 명의 주자들이 전부 “달리기 시작하는 것을,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것을 언제라도, 언제까지고 기다려주는” 동료의 배웅과 응원, 환영을 받으면 ‘우리의 달리기’는 완성된다. 

한 사람의 달리기가 아니라 모두의 달리기로 완성되는 이어달리기가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취향도, 살아온 환경도, 달리는 속도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달린다는 고독한 행위를 통해 한순간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이어지는 기쁨”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오로지 나에게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개인의 달리기’의 고독한 자유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가지고 의지할 수 있는” ‘우리의 달리기’로 따뜻한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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