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의 비망록
주제 사라마구 지음, 최인자 외 옮김 / 해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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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포르투갈, 국왕인 주앙 5세와 왕비 사이에는 대를 이어야 할 자식이 생기지 않는다. 왕실의 걱정이 더해가는 중 프란시스코 수도회의 안토니우 수사는 마을에 수도원을 건립해 준다면 하느님의 은혜를 입어 아이가 태어나게 될 것이라는 말을 전한다. 주앙 5세가 수도원 건설을 약속하자마자 우연하게도 왕비가 임신을 하게 되고 작은 마을 마프라에는 수도원을 건설하기 위한 기술자와 노동자 같은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농민들과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수도원 건설에 동원되고 이들의 작은 가정과 행복은 산산히 부서져 수도원의 피의 미방록이 된다. 

한편 전쟁에서 팔 하나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오던 발타자르는 마녀로 몰려 처형당하는 어머니를 보기 위해 나온 블리믄다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배고픈 상태에서는 타인의 영혼을 볼 수 있어 아침에 깨자마자 눈을 감고 빵을 먹는다는 블리믄다와 발타자르는 발명가인 바르톨로메우 신부를 만나고 바르톨로메우 신부는 하늘을 날 수 있는 파사롤라라는 기계를 만들려 한다. 이 기계를 작동시키려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의지가 필요했고 발타자르와 블리믄다는 이를 돕게 된다. 마침내 파사롤라는 날게 되지만 곧 추락하게 되고 발타자르와 블리믄다는 고향으로 향한다. 고향에서 평범한 삶을 살게 된 이들이지만 하늘 높이 날던 기억을 잊지 못해 파사롤라를 수리하려 하고 어느날 파사롤라는 발타자르를 데리고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블리문다는 발타자르를 찾기 위해 온갖 수소문을 해 보지만 남편을 잃고 가정이 파괴된 처치는 자신만이 아니었다. 수도원을 짓기 위해 이미 대부분의 남편들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블리문다와 같은 처지를 가진 사람들뿐이었다. 어머니를 처형했던 장소에 다시 찾은 블리문다는 처형을 당해 얼굴을 알아 볼 수는 없지만 한 팔이 없는 발타자르를 찾아 낸다. 이리 와요. 어서. 발타자르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영원히 블리문다의 곁에 머무른다. 그의 영혼은 지상의 것이었고 블리문다의 것이었기에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은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 『도플갱어』에 이어 네번째로 접하는 작품인데 『수도원의 비망록』은 가장 색다르다. 주제 사라마구의 유일한 러브스토리라는 평이 있듯이 전에 읽은 작품들의 인간의 모습 그 자체를 그리고 있다면 이 작품에서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기반으로 평범하고 힘없는 피지배 계층의 순수한 욕망인 자유와 마술 같은 사랑을 그린다. 그들의 의지는 파사롤라를 하늘로 올려보냈지만 그들의 피와 땀은 그저 비망록에 새겨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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