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2
조지 엘리엇 지음, 한애경.이봉지 옮김 / 민음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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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국민학교’ 시절에) 읽었던 책들 중에 유난히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책이 몇 권 있는데, 그중 하나가 조지 엘리엇의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대략적인 줄거리와 여자 주인공 이름, 물방앗간, 꼽추,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마지막 장면 등등이 파편으로 머릿속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습관적으로 세계문학전집을 찾아보다가 이 책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환한 전구가 켜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내내 단편적인 기억으로 흩어져 있던 파편들이 모여들어 잊혔던 망각의 자리들을 메워 나갔다.

그렇게 나는 다시, 조금도 잊지 말았어야 한, 나의 매기를 만났다. 곱슬거리는 금발에 찬사를 보냈던 시절에 새카만 흑발의 직모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빗어 내리고 활보하는 매기를. 책을 사랑하는 매기를. 총명함을 타고난 매기를. 아빠에게 사랑받는 매기를. 상상력이 풍부한 매기를. 너무나 감성적인 매기를. 동정심이 뚝뚝 흐르는 매기를. 사랑과 신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매기를. 자신을 향한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는 매기를. 남성에게 온전히 의지하던 시대에 독립을 실천하는 매기를. 무엇보다 주체적인 매기를.

이야기는 어린 시절 읽었던 요약 편집본(글자가 조금 많이 들어간 문고본으로 읽었다!)만큼 드라마틱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미 볼 것, 못 볼 것, 골고루 봐온 세월이 있는지라 이야기 자체는 더 이상 새롭지 않기 때문이리라(플로스 강가의 물방앗간에서 매기는 고지식하고 다혈질이지만 정이 많은 아버지와 그 시대의 전형적인 가정주부인 어머니, 매기와는 정반대 성격의 오빠 톰과 다소 유복하게 자란다. 하지만 물방앗간을 둘러싼 재판에서 웨이컴 변호사에게 져셔 삽시간에 파산하고 그로 인해 아버지도 죽는다. 매기는 이런 비극이 벌어지기 전부터 동정해 왔던 꼽추 필립 웨이컴을 동정하고, 급기야 사랑하게 된다. 필립은 누구도 온전히 이해하고 인정해 주지 않았던 매기를 숭배하고, 매기는 그에 위안을 받지만, 필립은 가족의 파산과 아버지의 죽음을 초래한 웨이컴 변호사의 아들이라 오빠 톰은 가문의 명예에 먹칠하고 가족을 배신한 행위라고 비난한다. 그리고 또 부와 멋진 몸을 가진 한 남자가 더 등장한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여전히 가슴 설레고 분개하고 안타까웠다. 게다가 대폭 요약됐던 조지 엘리엇의 사설을 읽는 재미가 더해졌다. 시대를 감안하면, 조지 엘리엇 또한 너무나 매력적인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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