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소년 - 바람개비가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폴 플라이쉬만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성장’의 중심은 ‘자아 찾기’일 것이다. 평생을 두고 문득 자아를 잃어버리고 고통스럽게 되찾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육체적 성장은 멈추어도 영혼은 성장을 멈출 줄 모르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끝없이 갈구하는 자아, 진정한 자기 자신이 어떤 모습인 줄 알고 되찾으려는 것일까? ‘자아’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이에 대해 이야기는 일은 짤막하게 남기는 책 읽은 후의 감상 안에 일목요연하게 매뉴얼처럼 정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남의 시선’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내 내면의 눈’이 만족스럽게, 그리고 바람직하게 바라보는, 남의 시선에 물들지 않은 원시적인 본성일 것이다. 원시적인 본성을 속이는 생활은 꼭 맞는 내 옷이 아닌, 꽉 기거나 지나치게 헐렁한 남의 옷을 걸친 것처럼 나를 옥죄거나 나에게서 겉돌며 남의 가면을 뒤집어쓴 유령의 삶을 살게 한다. 원시적인 본성을 되찾아야 행복하고 자유로우며 내면이 시끄럽게 소용돌이치지 않는다. 그래야 ‘진정한 나’를 토양으로 깊이 뿌리내린 단단한 삶을 살 수 있다.

폴 플라이쉬만의 『바람을 만드는 소년』의 주인공 브렌트가 성장하는 이야기도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고 원시적인 본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브렌트는 남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칠까에만 전전긍긍하는 열여덟 고등학생이다. 친구들의 눈에 근사하게 보이고 싶어 한껏 신경 쓴 옷차림을 하고 화려한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으로 갔다가 수치스러운 모욕을 당한다. 졸지에 조롱거리가 되어버린 브렌트는 그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파티장을 뛰쳐나와 경솔한 자살의 마음을 품은 채 음주 운전을 한다. 하지만 죽음은 언제나 착한 영혼을 덮친다. 마치 착하지 않은 영혼들에게 착해질 기회를 한 번 더 주려는 듯이. 그것이 착한 영혼의 안타까운 마음이라는 듯이.

브렌트 대신 죽은 착한 영혼, 리 잠모아도 브렌트에게 착해질 기회를 준다. 남의 시선으로 자신의 가치를 규정해 온 브렌트가 더 이상 남의 변덕스러운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내면의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그리고 바람직한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이제 『바람을 만드는 소년』의 진짜 이야기, 리가 좋아했던 바람개비를 만드는 속죄 여행이 시작된다. 리를 위한 브렌트의 속죄 여행은 남의 시선에 옭죄어 있던 자신의 유령으로부터 벗어나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자아를 되찾는 성장의 고통스러운 여정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브렌트의 속죄와 성장은 브렌트 개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브렌트가 온 마음을 다해 세운 바람개비 네 점은 브렌트의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작고 소박한 삶의 이야기 네 편을 싣고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빙글빙글 돌아간다. 브렌트는 드넓은 땅을 여행하며 바람개비를 하나씩 세울 때마다 자신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고 자기 본성을 회복해 간다. 단지 리를 향한 죄책감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려는, 단지 살인죄로 소년원만큼은 가지 않으려는 영악한 거짓 속죄의 마음이 아니라, 진정이 깃든 바람개비는 유령 브렌트를 진짜 브렌트로 변화시킨 따뜻한 미풍을 브렌트가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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