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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데이카 대학의 의국에 근무하면서 발생학 강의를 맡고 있는 소네자키 리에는 정치적인 문제로 인한 의료 시스템의 붕괴로 인해 곧 폐업하게 될 마리아 클리닉에서 마지막 다섯 명의 임산부를 진료하는데 일본에서 불법인 대리모 출산에 관련되어 있다는 투서가 들어오면서 그 숨겨진 비밀이 점점 드러나게 된다.
가이도 다케루의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대리모를 통해 접근하는 생명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와 관료주의 덕분에 정치적인 문제가 되어 버린 공공 시스템으로서의 의료 문제가 그것이다. 인공수정 전문가이며 자신도 난소를 제거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주인공인 소네자키 리에를 내세워 이 두 가지 문제를 현장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대리모에 대해서는 소네자키 리에의 극단적인 접근-대리모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만을 제공하면 된다는-도 어쩔 수 없는 최후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수긍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대리모라는 현실은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동반하는 것이어서 생명의 탄생이라는 본질적인 문제 이전에 사회적인 문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두 번째로 현실적인 공공 시스템으로서의 의료 문제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부패하고 무능한 관료주의 때문에 발생한 것이어서 더욱 치명적이다. 저출산을 우려하면서도 아이를 원하는 부부에게마저 비용을 이유로 정치적인 논리를 들먹이는 관료들의 행태는 쓰레기 말고는 대체할 말이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출산은 ‘희망’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의료행위로 보면 안 되고 보험료도 지원할 수 없다는 사실은 어처구니없는 관료주의의 끝을 이야기한다. 현장을 전혀 파악하지도 않고 파악할 생각도 없는 관료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가이도 다케루는 마리아 클리닉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복지나 의료행위 등은 정치적인 관료주의의 논리가 아니라 인간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현직 의사이기도 한 가이도 다케루는 전작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이 미스터리에 치중했다면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공공 시스템보다 정치 논리가 우선하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하는데 근래 우리나라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불쾌하고 씁쓸하다. 결국 고통받는 것은 언제나 힘없는 소수가 아니던가. 현장의 목소리와 문제점을 내세우는데 치중한 탓인지 리에의 곁에서 항상 함께한 출산조무사 묘코가 비밀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투서를 보내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행위는 소설로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듯해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