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의 거짓말
제수알도 부팔리노 지음, 이승수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반전, 이중 반전으로 광고하는 책들은 장단점을 동시에 지닌 듯싶다.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오히려 이야기 자체에 대한 의심으로 집중력을 감소시키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 제목마저 『그날 밤의 거짓말』이라니. 이 얼마나 의심스러운가. 다행히도 제수알도 부팔리노의 『그날 밤의 거짓말』은 네 사람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덕분에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의심은 네 사람의 이야기가 끝난 후에 해도 될 것이다.

국왕암살 음모로 잡힌 인가푸 남작, 시인 살람베니, 병사 아제실라오, 그리고 어린 나르시스 이 네 명은 사형 집행일 전날 감옥의 사령관인 ‘총잡이’ 콘살보에게 한 가지 제안을 받는다. 그것은 ‘불멸의 신’이라 불리는 그들의 배후자의 이름을 단 한 명이라도 적어 내면 네 사람 모두의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것이다. 사형을 집행할 단두대가 설치되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방안에 모인 네 사람은 유명한 산적인 치릴로 수도사를 만나게 된다. 불안과 동요로 갈등하는 네 사람을 본 치릴로의 제안으로 살아 있는 마지막 날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이야기하기로 한다. 그것이 비록 꾸며낸 이야기, 거짓말일지라도 말이다.

가장 어린 나르시스는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꺼낸다. 절대 잊을 수 없는 행복했던 순간, 첫눈에 반한 부인과의 사랑을 추억한다. 인가푸 남작은 30분 늦게 태어난 쌍둥이 동생과의 애증을 이야기한다. 쌍둥이지만 너무 다른 자신에 대한 분노, 마침내 자신을 변화시킨 동생의 죽음과 이제 곧 그의 곁으로 갈 수 있는 안도감을 이야기한다. 병사인 아제실라오는 자신이 어떻게 태어나고 병사가 되었으며 평생 찾아 다녔던 아버지의 존재와 그에 대한 분노를 이야기한다. 시인 살람베니는 남편이 사망한 공작부인과 그의 어린 아들과의 추억담을 말하며 시를 읊는다.

하지만 네 명의 사형수는 거짓말을 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사랑도 애증도 분노도 모두 잘 포장된 거짓말이었다. 네 명은 배후자의 이름을 적지 않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이 이야기한 『그날 밤의 거짓말』 속의 거짓을 간파한 치릴로 수도사도 그 속에 엄청난 진실이 숨겨져 있음을 알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 속에 숨겨진 단 하나의 진실은 무엇인가. 여러 겹으로 숨겨진 진실은 감옥 사령관 콘살보의 마지막 편지에 드러나게 되고, 그들이 한 거짓말이 어떤 의도였는지도 밝혀진다.

거짓(죽음)과 진실(삶)의 경계는 무엇일까. 네 명의 사형수는 진실을 위해 의도적인 거짓말을 했고 치릴로 수도사는 그 거짓을 간파하고 숨겨진 진실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숨겨진 진실이 또 다른 거짓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다’라고 외치는 크레타인의 말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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