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한동훈 옮김 / 하늘연못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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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이라는 제목은 화려했던 영광을 되새겨보는 것 같아 기대를 품게 하는 동시에 약간은 서글프다. 솔직히 말하자. 골든에이지, 황금 시대라는 제목은 현재 미스터리는 퇴조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가. 사실 현대에서 미스터리-특히 본격물이라 불리는 장르는 신작을 찾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첨단 과학기술로 증거를 찾는 시절에 탐정의 직관과 추리-홈즈의 번뜩이는 재기와 포와로의 회색 뇌세포, 이 그리운 이름들이라니!-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결국 현대의 미스터리는 사회파와 하드보일드가 주를 이루며 진화하고 있다.

황금 세대의 미스터리 중편이라고 하지만 『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에서 낯익은 작가라곤 『월장석』으로 유명한 윌리엄 윌키 콜린스와 『독화살의 집』에서 활약한 프랑스 탐정 아노를 창조한 알프레드 에드워드 우들리 메이슨 정도이다. 작가들 소개와 그 시기에 따르면 황금세대에 활약했던 작가들이라기보다 그 이전의 세대, 미스터리가 태동할 무렵에 활약했던 작가들이다. 그런 이유일까. 이 책의 작품들은 익숙하진 않지만 다양한 형태의 미스터리들로 구성되어 있다.

「3층 살인 사건」은 러브 미스터리라고 할까. 극작가라는 작가의 직업 덕분인지 작품 내내 연극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뒷부분의 이야기 전개는 지금 보아도 어색하지 않은 산뜻한 구성이다. 미국 최초의 법정 소설이라는 「데드 얼라이브」는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고 하는데 그게 오히려 약점이 된 듯하다. 이것저것 섞다 보니 오히려 밀도가 약해진 느낌이다. 엘러리 퀸이 선정한 가장 중요한 추리소설 125편의 리스트에 선정된 「안개 속에서」는 대가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개인적으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이며 마지막의 유쾌한 반전까지 읽는 재미가 있던 작품이다. 「버클 핸드백」은 특이하게도 탐정 역할을 하는 간호사가 등장하여 새로움을 준다.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구성을 살펴보는 것도 큰 재미다. 「세미라미스 호텔 사건」은 프랑스인 탐정 아노와 조수 콤비가 등장하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구성이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하면 평이한 작품이다.

‘골든에이지’라는 화려한 제목을 보고 기대했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을 듯한 작품집이다. 추리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낯선 작가들과 유명한 작품들에 비하면 조금은 밋밋해 보일 만한 작품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금 세대 개척기의 여러 작가들의 각기 다른 형식의 작품들을 담백한 맛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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