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6 - 청소년 성장 장편소설 아사노 아쓰코 장편소설 12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 해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아사노 아쓰코의 『배터리』는 미치도록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들의 성장기다. 이것은 소설 제목에서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줄거리였다. 그렇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너무나 야구에 무지했던 것이다. 야구 경기장에 자주 들락거릴 만큼, 텔레비전에서 중계해 주는 야구 경기를 빼놓지 않고 일일이 챙겨 볼 만큼, 신문을 펼치면 야구 기사부터 살피게 될 만큼 내가 야구를 좋아했다면 아사노 아쓰코의 소설 제목 ‘배터리’가 ‘투수’와 ‘포수’를 짝으로 일컫는 야구 용어로 단번에 와 닿았을까. 물론 아사노 아쓰코의 소설 배경에 딱 맞는 ‘배터리’의 정확한 의미를 알지는 못해도 제목에서 꽤 근사한 의미를 유추할 수 있으며, 그것은 소년들의 성장 드라마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나에게 배터리는 무엇을 움직이도록 하는 힘이다. 내가 너를, 네가 나를 움직이도록 하는 힘, 그것도 내가 아니면 아무도 너에게 줄 수 없는 힘, 네가 아니면 아무도 나에게 줄 수 없는 힘 말이다. 그래서 너와 내가 서로의 배터리가 되어주는 것이다. 적어도 이런 힘, 서로 죽이 잘 맞는 수다로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던 어제의 스트레스를 훌훌 털고 내일로 가는 길에 활기찬 발걸음을 내딛게 하는 힘, 겁 많아 온갖 걱정이 덕지덕지 나를 옭아매다가도 네가 믿어주면 무모한 용기도 별일 아니라는 듯 내어보게 하는 힘, 한참 헤매고 서성거리다가도 네가 따끔하게 질책해 주면 두 눈이 번쩍 뜨여 성큼성큼 바른 자리만 딛으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 그것이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너와 ‘짝’을 이루어 주거니 받거니 하는 긍정적인 영향력 말이다.
 
천재 투수 하라다 다쿠미와, 생명력으로 꿈틀거리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거칠게 미트 속으로 돌진해 오는 다쿠미의 매혹적인 공에 반한 포수 나가쿠라 고도 그렇게 짝이 된다. 고 앞에서만 마음껏 전력 투구를 하는 다쿠미, 다쿠미가 전력으로 던지는 공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미트로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하는 고, 다쿠미와 고는 ‘야구’ 안에서만큼은 서로에게 최고의 힘을 끌어내는 최상의 짝, 배터리다. 물론 성장소설답게 정말로 야구밖에 몰라 그 이외에는 눈길 돌릴 줄 모르는 다쿠미와, 다쿠미의 공에 운명처럼 빠져들었지만 천재 투수에 걸맞은 천재 포수가 아니라는 두려움과 자괴감에 사로잡히는 고의 관계도 흔들린다. 그리고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온전히 서로에게만 집중했던 다쿠미와 고는 그 흔들림을 극복하고 관계의 외연을 더욱 풍성하게 넓혀 나간다. 이제 야구 안에서 투수와 포수로서뿐만 아니라 야구 밖에서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친구로서도 진정한 짝을 이루어 성장한다. 아사노 아쓰코의 『배터리』에서 가장 두드러진 짝은 하라다 다쿠미와 나가쿠라 고이지만, 이 둘 외에도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누군가를 이루는 짝은 생애 단 한 명만이 아닐 것이다. 누구나 일생 동안 무수히 많은 타인과 부딪쳐, 이런 점은 좋아 닮고 저런 점은 싫어 엇나가면서 네가 아닌 나를 만들어간다.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나로 있게 하고 내일의 나로 변화시킨다면 나를 중심으로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모두 나와 짝을 이루는 무수히 많은 위성들로 내 삶을 구성한다. 물론 다쿠미의 짝도 고만은 아니다. 다쿠미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사람들은 모두 다쿠미의 배터리가 되어준다. 자신의 천재적인 능력을 무한히 신뢰하며 오로지 자신의 야구밖에 몰랐던 외골수 다쿠미가 나만 들여다봤던 눈을 돌려 너를 헤아리고 우리도 생각해 보도록 마음의 영향을 준 사람들 모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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