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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크림 러브 -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가’ 나가시마 유 첫 장편소설
나가시마 유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부드럽고 달콤한 슈크림, 먹을 때는 달콤하고 부드러워 한없이 입이 즐겁지만 다 먹고 난 후에는 허전함으로 입맛을 다시게 되는 슈크림처럼 나가시마 유의 『슈크림 러브』는 화사한 분홍색 표지와는 다르게 현실적인 사랑의 뒷맛을 이야기한다.
사랑의 달콤함, 결혼의 부드러움을 맛보았지만 현재는 아내와 이혼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랑받지 못한 것은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믿는 시치로, 독신에 자유로운 생활을 하지만 사랑의 달콤함을 믿고 싶은 ‘세상 모든 게 사랑과 일’이라는 츠다. 이 상반된 두 사람은 현대 남성의 삶과 사랑, 결혼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다.
전직 게임디자이너인 시치로는 사랑하는 아내와의 결혼 생활이 퇴직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아내의 외도로 별거에 이어 이혼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아내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연락이 되지 않던 아내를 걱정하고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자신이 걱정하고 있을 때 아내가 남자친구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 마음을 정리하게 된다. 시치로는 새로운 연인-묘하게도 한때 츠다의 여자였던-이 생기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학생 시절 아버지 회사의 부도 이후 자수성가한 츠다는 자유로운 연애와 거리낌없이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여자를 만난다. 그러면서도 후배의 결혼식장에서 ‘결혼은 문화’라고 하며 사랑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동경한다. 츠다는 사랑을 동경했지만 사랑을 알 수 없었고,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 부부라는 문화를 동경했지만 그 안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이기적이고 자유분방했다. 여성을 욕구 해소용으로만 바라보는 츠다에게 ‘문화’는 자신이 속할 수 없는 동경의 대상일 뿐이었다.
시치로와 츠다의 말처럼 두 사람의 관계가 생성되고 사랑하며 결혼을 하게 된다면 ‘믿음’이 있어야 하고, 믿음을 기반으로 한 ‘문화’가 생성되어야 한다. 츠다는 가족이라는 문화를 동경했으나 그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었고, 시치로 부부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없어지자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 형태가 깨졌다. 그러나 문화는 여전히 공유하고 있기에 함께하지 않아도 상대방을 걱정하고 기억한다.
나가시마 유는 시치로와 츠다라는 대조적인 인물을 통해 현대 남성들의 대표적인 모습을 섬세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냈다. 슈크림을 처음 베어 물었을 때는 달콤하지만 먹고 난 후에는 허망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처음의 달콤함을 함께 기억하는 것, 나중의 아쉬움을 서로 다독이는 것이 믿음이고 문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