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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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피질이란 시간에 대한 인지능력을 담당하는 기관인데...
고양이는 신피질이 없어 내일이 없고 오늘만 있다.

발랑까진 요물다운 몸가짐을 가진 고양이는 극도의 향락주의자이면서 나쁜 환경에 처해지면 그건 그거대로 겸허히 받아들인다.
박사님 말씀처럼 매력적인 성격이다.

81 : 내가 고양이랑 놀 때 누가 재미를 더 느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든 수필가의 정신적 아버지 미셸 드 몽테뉴의 말이다.

89 : T.S.엘리엇은 고양이 이름이 세 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보통 부르는 이름, 하나는 좀 더 개성 있고 사적인 이름이고 또 하나는 그 고양이가 익숙한 이름이다. (...) 고양이를 사랑하는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 도리스 레싱은 고양이들마다 여러 이름을 지어주고 필요에 따라서 번갈아가며 부른다. 상황이 새롭게 느껴지면 전혀 다른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100 : 고양이는 부동산 등기를 이해하기가 힘들다. 우리와 나비는 영역에 관한 인식이 같지 않다.

152 : 때로는 고양이들의 정신생활이 꼬리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하곤 한다. 그게 아니라면 꼬리가 대체 왜 있겠는가? 고양이들이 앉아서 꼬리를 자기 몸에 두르고 있으면 확실히 우아해 보이고 나비가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끄트머리 4분의 1을 살랑살랑 흔들 때면 오만해 보이기까지 한다.

161 : 고양이는 스스로 제 처지를 선택한 유일한 애완동물이라고들 한다.

179 : 한편 나비의 행복 철학은 먹을거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더 좋거나 나쁜 잠자리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녀석은 주인 할머니 침대의 수건 위에서 밤중의 대부분을 보내곤 한다. 그런데 우리가 깨끗한 침대보를 새로 사 오자 천이 더 빳빳한 수건보다 그 위에 눕는 게 더 아늑함을 금세 깨닫고는 수건 바로 옆에 살그머니 자리를 잡았다. 무척이나 분명한 메시지였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아마 깨달았겠듯이 내 고양이는 아무 거리낌도 없는 향락주의자라서 가장 좋은 것만 받아먹는 데 한 점의 부끄러움도 못 느끼는 쾌락 완전체다. 내가 보기에는 매력적인 성격이다. 나비는 짧은 생애 동안 이런저런 일을 겪었다. 집도 절도 없이 겨울밤을 보내기도 했고 응석받이 집고양이도 됐다. 언제든 상황을 최대한 써먹을 줄 아는 장점을 갖춘 녀석이다. 필요하면 바구니 속 딱딱한 연장들 사이에서 잠잘 수도 있는데 안 그러면 한데서 칼바람 부는 겨울밤을 나야 한다. 그러니까 수건이 깔린 부드러운 침대가 좋고 보드라운 새틴 침대보가 낫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나는 그런 삶의 태도를 존중한다. 나비는 이왕이면 나은 것을 망설임 없이 고르지만 다른 한편으로 딱히 더 나은 게 없다면 꽤 비참한 상황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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