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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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건 결국 패턴이야.

140 : 그믐달은 아침에 떠서 저녁에 지거든. 그래서 쉽게 볼 수 없지. 해가 뜨기 직전에만 잠깐 볼 수 있어. 남자가 말했다. 낮에는 너무 가느다랗고 빛이 희미해서 볼 수가 없어. 저녁에 가느다란 달 몇 번 본 거 같은데. 해가 막 지려고 할 때.

그건 초승달이야. 초승달도 아침에 떠서 저녁에 지지만 그믐달이랑 미묘하게 뜨는 시각이 달라. 초승달은 해가 뜬 다음에 떠서, 해가 지고 나서 조금 있다가 져. 그때 볼 수 있는 거지. 그믐달은 해가 지기 전에 사라져. 

(...)

그믐에는 달과 지구 사이의 시공간연속체가 뒤틀려. 내가 우주 알일 때에는 그 뒤틀림을 이용해서 지구에 왔어. 뒤틀린 시공간터널을 타고 내리는 달빛에는 이상한 힘이 생겨. 잘라진 걸 붙이고, 끊어진 걸 잇게 되지. 남자가 말했다. 그리고 고통을 멈추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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