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레벨 업 - 제2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17
윤영주 지음, 안성호 그림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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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주 장편동화 / 안성호 그림

창비 좋은 어린이 책 수상작

어린이들에게 이 책은 어떤 것을 전달하고자 했을까?

아이들이 직접 책을 고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책을 추천하는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궁금해할 몇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번째, 미래의 세상에서도 여전히 존재할 경쟁, 진학, 학폭 문제. 그 안에서 더더욱 소외되어져 가는 아이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를 제공한다.

분명한 NO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들, 그렇게 잘못 채워진 단추는 상황을 점점 더 악화 시키고 나중에는 무기력하게 만들고 만다.

학폭에 시달리면서도 어느 누구의 도움을 바랄 수 없다. 오히려 그렇게 먹이감이 되어버린 희생양에 대해 다른 친구들은 내가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상황에서 홀로 서기는 가능한 일일까? 이 책에서는 감히 YES라고 말하고 있다.

인생에서 사라지는 경험은 없더라.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될 순 없어. 알게 모르게 다 안에 남는단 말이지? 그 애, 네가 닮고 싶을 만큼 무척 멋졌다면서. 내 눈에 지금 너도 무척 멋지거든? 그럼 그 애가 네 안에서 번쩍 번쩍 빛나고 있는거 아니야?

우리 삶은 온전한 객체로 나의 것, 내 경험 인 듯 보이지만 실제 우리 주변, 경험, 환경과 함께 숨을 쉬는 유기체적 존재라는 사실. 누구와 함께 하는지가 그래서 중요하고 어떤 환경에서 내가 무엇을 취하고 받아들이는 지 결정하는 것이 나를 만들어 낸다는 것.

내가 받은 선의를 다시 다른이에게 돌려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이것들이 본인이 살아가는 세상을 얼마나 나아지게 하는지 아이들이 인식하는 것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둘째, 가상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판단기준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요소들이

메타버스를 읽은지 얼마되지 않아 이 책을 읽는 기회를 얻었다. 메타버스에서도 던지고있는 화두들에 대해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해 좀더 쉽게, 선우와 원지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어른인 나도 가끔 헷갈리는 세상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과 손안에 쥐어진 스마트 폰안의 세상, 인공지능의 세상, 가상세계 등 우리의 세상은 점점더 확대되고 다양해 지고, 현실과 구분이 모호해 지고 있다. 

가상세계가 곧 현실 세계로 여기지는,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힘든 아이들에게 무엇을 알려주어야 할까?

자유가 대체 뭘까?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 아무도 나를 통제할 수 없는 것?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것? 숨이시원하게 쉬어지는 것?

안전하지 않더라도…… 더 위험하더라도 ……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내는 결과가 더 나은 것 같아서 말이야

인공 지능의 판단에 맡긴다고 가정할 때 인간이 판단 할 수 있는 순간의 선택의 기준을 어디에 둘것인가? 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그것이 보호 받는 입장에 서 있을때와 침해받는 입장에 서 있을 때, 우리는 그 판단을 쉽게 받아들이고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물음

선우야. 지금 내 생각과 기억이 온전히 내 거라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나는 있지, 끝끝내 진짜 나를 찾기 못할까 봐 무서워. “

선우는 본능적인 역겨움을 느꼈다.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의 무언가가 외치고 있었다. 삶이란 저런 것일 수 없고, 사랑이란 저런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저렇게 뇌만 남아서 영원히 억지로 보호 받는 건, 원지가 당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원지는 단 한번도 저런 삶을 바란 적이 없었다. 원지는 아저씨가 매분 매초 자기를 지켜보는 것에 동의한 적이 없었다.

그 마지막 레벨업을 가상세계를 탈피해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한 관문을 통과하기위한 도구로, (주어진 권능)을 사용하는 결말에 대해 우리 어린이 들은 어떤 판단을 하게 될까?

원지가 가상세상에서 영원히 살기를 바랄지?

아니면 원지의 선택이 옳았다고 박수를 보내게 될지?

나도 몹시 궁금하다.

왜냐하면 그 결정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바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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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는 정말 괜찮을 거예요 시요일
시요일 엮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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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오는 게 두려워서 눈을 감고 싶지 않았다.

그래 봤자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애써 몸을 뒤척여 가며 아침을 거부했던 시간들



과거인 듯 말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일들

살아가면서 그 불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가 때때로 내일 아침 눈뜨는 일을 두려워 질 때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연민해야 한다.

살아 갈수 있게 끔,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나의 두손으로 나의 심장을 꼭 껴안고, 북돋아주어야 한다.



시들은 말하고 있다.

“괜찮아질거야”

“내일 아침에는 정말 괜찮아 질거야”

심호흡을 크게 하고 내 안으로 신선한 공기를 넣는 일.

타인들의 괜찮지 않았던 날들을 보는 일

켜켜이 쌓인 날들과 함께 공명하는 일

수많은 밤을 고뇌했던,

또는

찰나의 순간에 깨달았던 단어들을 나의 가슴에 살포시 얹어 주는 일이다.

때론 먹먹하고, 때론 상기되고, 때론 저릿하고, 때론 침묵하며

아… 아… 아…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꼭 감게 되는 일





내일 아침에는 정말 괜찮아져서

창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온전히 느끼며, 오늘도 잘 살아내어야지 생각하게 되기를 바라며

써 내려간 글들을 어찌 이리도 잘 모아 놓았는지


시인들이, 잠 못 드는 밤 한날한시에

한자리에 모여 글 한줌씩 릴레이 하듯 써 내려간 것은 아닐까 상상을 하니

슬며시 웃음이 새어 나온다.



당신, 지금 괜찮나요?

그 안부 한마디로도

애써 괜찮지 않으려 했던 마음의 빗장을 풀어

내 안의 나와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자


책이 참 이뻐서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노란 아지랑이가 핀 것처럼 내 마음에도 희망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 길


#독서 #책소개 #독서기록 #지금읽고있는책 #시집 #시요일 #미디어창비 #서평 #내일아침에는정말괜찮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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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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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나는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쉽게 읽어 내려 갈수 없고 그 느낌이 오랬동안 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저 책을 펼치나 하는 고민이 이어졌다.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로 한다…




- 벌레 같은 거예요.

- 무슨 벌레인데?

- 벌레 같은거요. 어디에나 다 있는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건 남자아이다. 질문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 몸에 있는 벌레?

- 네 몸에 있는 벌레요.

- 지렁이 말하는 거니?

- 아뇨, 다른 종류의 벌레예요

어두워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까슬까슬한 시트가 내 몸 아래서 구겨진다. 나는 움직이진 못하지만 말은 한다.


벌레이야기로 문을 연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까지 그 벌레의 느낌을 느끼지 않으려는 나와 고군분투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그 벌레를 애써 물리치며 읽는 내내 찾아 헤맨 꼴이다

제목이 fever dream이다.

원어 그대로를 사용했다.


Fever dream - very unpleasant dream (nightmare) occurring during REM sleep relating to FFCD that can be remembered upon awakening.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REM수면 상태에서 꾸는 아주 불쾌한 꿈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가위눌린다’ 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꿈이지만 꿈같지 않은 깨고 싶지만 어떤 저항할 수 없는 힘에 깨어나지도 못하는 상태.

그것과 비슷한 느낌일까?

피버드림 속으로 들어가 본다.

꿈인걸까? 현실인걸까?

그것을 경험하고 난 이후 알 수 없거나 오싹하거나 찝찝한 기분이 이어지는 그 느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주는 공포와 보이지만 믿기지 않은 것들이 주는 불안감.

이 소설은 그 두가지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무언가 지나치게 자극적일 것이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정체를 알수 없는 시골 소년 (다비드)과 시골로 딸과 함께 휴가를 보내러온 도시의 젊은 부인 (아만다)의 대화체로 펼쳐진다.

아마도 아만다는 죽음직전에 병원에 누워있는것 같다.

두사람의 대화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며 오가는 텐션이 팽팽했다가 느슨해지기도 하는 리드미컬한 전개-구성-에서 대단이 흥미롭다.



그건 중요한게 아니예요

하마트면, "뭣이중헌디?" 라고 물어볼뻔했다.

다비드의 질문에서, 사만다의 질문으로

사만다의 묘사에서 다비드의 묘사로

어쩌면, 벌레가 생겨난 지점을지점을 알고자 하는 해답을 찾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모든 것이 모호해지는 순간 순간들에서

읽는 이로로 하여금 두려움, 호기심, 공포, 이상한 느낌들과 접촉하게 한다.

원인을 알수없는 아이들의 죽음, 동물들의 죽음이 과연 무엇과 연관되어있는 것일까?

그저 미스터리한 현상? 인간의 이기심? 환경오염? 아이를 구하려는 강한 모성애?

고요히 흘러가는 잔잔한 강물의 표면아래로

예기치 못한 미처 알아 차리지 못하는 이야기 들이 가득하다.

뭔가 툭 튀어나올 것만 같은 조마조마함은 영화속의 배경음악처럼 깔려 긴장감을 더하고

뿌연 안개속에 희미한 실루엣이 보일 때 우리의 집중력은 최대가 되 듯이

희미한 단서들이 집중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그런 일은 그냥 일어나는 거예요, 아만다. 우리는 시골에 살고 밭에 둘러싸여 있으니까요. 누군가가 쓰러지고, 회복하더라도 이상이 생기는 일은 흔하죠. 당신도 그런 사람들을 길에서 보고요. 그런 사람들을 구별할 줄 알게 되면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놀랄 거예요.”


무슨 이야기를 들은걸까?

악몽을 꾸고 일어나 앉은 새벽녁처럼

뚜렷히 기억나지않는 사건들속에 드문드문 이어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붙들고

멍하니 한곳을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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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지 말고 써라 - 왜, 책을 읽으라고는 하면서 쓰라고는 하지 않을까
백작가(이승용) 지음 / 치읓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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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말하기 보다 쓰기가 편안했다.

"쓰라고 하면 쓰겠는데 말로는 못하겠어요" 라고 자주 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지난해 [아티스트 웨이] 라는 책을 통해 모닝 페이지를 쓰게되었고,

약 6개월정도 아무말 대잔치로 매일 아침 나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던 중,

제대로 된 글 (어쩌면 책)을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선명하게 올라왔다.

하지만 이내 곧 내가 무슨 책을 쓸수 있겠어?

나의 삶은 대단하지도 않아. 쓸 거리도 없어.

작가가 될만큼 스팩, 경력이나 배움이 있는 것도 아닌데 뭘 쓰겠다는 거지? 라는 의구심으로 이내 곧 고개를 휘휘 저어버리고 쓰겠다는 마음을 저 먼우주로 던져버리기 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엔 쓰기와 관련된 책들이 차곡차곡 담겨져 갔다.

나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쓰기에 대한 열망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발견했다.

“왜 책을 읽으라고는 하면서 쓰라고는 하지 않을까?”

“천 권의 책을 읽은 독자보다, 한권의 책을 쓴 작가가 되라”

놀라운 한방을 주는 질문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게 ‘책을 읽읍시다’ 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누구도 ‘책을 씁시다’ 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책쓰기는 그저 글재주 있는 작가나 학자의 전유물이 아니었던가?

이 책에서는 그 틀을 깨고 내가 한번 써봐야겠다. 내가 쓰는 사람이 되겠다. 작가가 되겠다. 라고 마음먹는 과정 그 과정속에 작가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하며, 어떤 태도로 글을 쓰고 책을 엮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란?

지식을 쌓는 영역과 문학적 영역을 넘어 자신의 가치를 나누는 존재이며, 살아온 인생을 명확하게 바라보고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존재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나누는 일!

자기 자신의 존재의 가치에 대한 깊은 존중과 자기인정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를 통해 독자와의 교감을 형성하는 일이 작가라고 알려주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거창하게 들려서 책쓰는 일을 포기할 수 있으니 다시 한번 “나에게는 엄청난 힘이 숨겨져 있습니다” 라고 풀어서 이야기 한다.

‘진짜 필요한 것은 ‘나에게는 엄청난 힘이 숨겨져 있다’라는 인식, 자신이 이제까지 겪어온 인생이 비록 실패로 얼룩져 있다 하더라도 솔직하게 드러내어 책을 쓸 수 있는 용기, 자신이 보기에 아무리 쓰레기 갔았던 경험일지라도 그 안에는 빛나는 보석이 숨어 있음을 스스로 발견해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책쓰기의 시작이며, 작가라는 이름을 가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감정은 드러내야 해소가 되고, 경험은 드러내야 실력이 되며 실수는 드러내야 교훈이 되고, 생각은 드러내야 현실이 됩니다.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믿을수 있는 사람이고 누구보다 용기있는 사람이며, 회피가 아닌 직면을 선택할 수 있는 과감한 도전자입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을 진정한 작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P.15

이렇게 쓰는 사람 (작가)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하더라도 곧 바로 찾아오는 감정적 딜레마가 내가 과연 책을 쓸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라고 한다. 나 역시도...

그도 그럴 것이 책이라는 존재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활자가 되어 기록에 남고, 뭔가 진실, 진리를 전달하는 도구로 굉장한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가진 것으 초라해 보이고 부끄러워 지지 않을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쓰기의 역설은 여기에 숨겨져 있었다.

책쓰기란 본인이 완벽하게 알고 있는 것을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 한다.

변화란,

부족한 자신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나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삶의 기쁨이고 환희 입니다. 우리는 끝없이 변화해야 합니다. 변화의 과정이 다소 고통이 될지라도, 직면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p166

책을 쓴다는 것은 인생을 바꾸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당신 스스로가 욕심에 사로잡혀 제대로 된 방향을 잊어 버리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이야 합니다. 당신이 진정한 부의 기운을 가지게 된다면 감성적 즐거움이나 자만이 아닌 영적인 환희와 기쁨(joyful)을 가지게 됩니다.

p.65



쓰기의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나 강연은 많다.

개인 블랜딩, 회사 블랜딩이 대세인 요즈음 오히려 어떤것이 제대로된 강좌나 책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넘쳐난다.

어떻게 보면 책쓰기를 가르치는 일이 '돈이된다'는 말일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돈을 쫓아가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어떤 사람들은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라고 외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돈을 추구하는 방법에도 격이 있다는 것. 오랜기간 가치를 만들어 내는 방법과 그렇지 않는 방법의 차이를 알고 선택할 수 있게 되는것도 중요하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들, 그 안에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것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드러내고 다듬어 갈때, 우선 나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라는 말

그 이후에 그것을 누군가에게 나누려는 마음, 그사람의 힘듦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이타적인 태도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서 말과 글과 책.

책을 읽으며 곳곳에 줄을 쳐두었다.

한마디 한마디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가서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꼭꼭 눌러쓴 편지를 받은 느낌이었다.

글을 쓰고 책을 쓰는 마음가짐에 대해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졌다.

이것은 비단 성인들에게만 해당 되는 이야기가 아닐것이다.

글쓰기는 자신과 친해지는 방법이며,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될수 있을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너른 마음이 생겨나, 이 사회가 함께라는 가치로 나아갈 수 있다.

점점 개인화 되어가는 우리 인류에게 나의 가치를 그리고 우리의 가치를 그것을 넘어선 지구의 가치를 지켜나갈 힘을 기를 수 있는 도구중의 하나로 글쓰기. 마음의 온도가 따듯해지는 글을 만났다.

자유란,

인생의 잡념이 없어지고 숨기는 것이 없어지며, 떳떳하게 자신의 할 일을 해내고, 언행이 일치되며,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줄 알며, 자만하지 아니하며,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펼치는 행위를 뜻합니다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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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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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부터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아무일도 하지 않았다, 살아냈을 뿐이다, 고’

그 대단한 삶을 아무일 없음으로 어찌 정리가 되는가?...

아버지는 어느날의 바람 소리, 어느날의 전쟁, 어느날의 날아가는 새 어느날의 폭설, 어느날의 살아봐야겠다는 의지로 겨우 메워져 덩어리진 익명의 존재, 아버지 내면에 억눌려 있는 표현되지 못하고 문드러져 있는 말해지지 않은 것들.

‘아버지가 울었다고 한다.’

그 울음으로 어마어마한 간극을 진공상태로 압축시켜 온몸으로 살아냄을 하고 계셨던거구나..

아버지도 우는 구나..

내 경험에는 없는 문장이었다.

하지만 그 울음은 감정적인 울음이 아닌, 몸이 우는 울음.

울컥울컥 하는 마음을 참았다가 풀었다가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단숨에 읽어나갔다.

마지막장을 덮으며 나는 으엉으엉 한참을 울었다.

어느새 책속의 아버지의 사랑을 나도 받고 있었다.

그 묵묵한 보살핌을 나도 느끼고 있었다.

열네살에 일시에 부모를 잃고 아버지는 살아내었다.

해방을 겪고 전쟁을 겪고 배고픈 시대를 겪어 내었다.

마누라도 지켜야 했고, 누이도 지켜야 했고, 오글오글 자라는 아이들은 지켜내야만 했다.

그 퍽퍽한 삶속에 그것들을 한켠에 미뤄둘만큼의 사랑도 잠시 찾아왔다.

세상사람들이 뭐라할 관계였는지 어쨌는지,

그렇지만 글 속에서는 그 고통이 너무 지난( 至難) 하여,

잠시라도 쉬어가야 하지 않을가 하는 연민마저 느껴졌다.

그래 인생에서 ‘쾌’하나는 누려도 되지 않나… 그게 그리도 나쁜일인가 싶었다.

나빠 보이지 않을 만큼 그는 잠시 머물렀고 다시 가족의 울타리로 돌아왔다.

어떤 물건은 그렇게 사라진다. 버리지도 없애지도 누구에게 준 적도 부숴버린 적이 없어도 어느시간 속에서 놓치고 나면 기억 저편으로 물러나고 희미해진다. 그랬었지, 그랬었는데라는 여운을 남겨놓고.

살아냄의 현장속에 증거물 같은 궤짝이 사라졌다가 어느날 아버지 마지막길 블랙박스로 재탄생한다.

그렇게 나타나 아버지인생을 한참을 무성영화 처럼 재생하지만,

끝끝내 숨기고 싶었던 비밀만큼은 끝끝내 세상에 나오지 못한채로 아버지의 마음을 대신하여 불속으로 사라진다.

소년은 눈을 크게 떴다. 땅을 딛고 있는 발바닥에 힘을 주었다 결박당한 송아지의 코청에 코뚜레의 날카로운 끝을 박고 힘을 주었다. 코뚜레가 송아지의 코청을 뚫고 나올 때 손이 떨려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송아지가 내뿜는 더운 입김 속에 피 냄새가 섞여 있었다. 눈을 떠보니 송아지의 코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송아지의 몸부림에 핏방울이 아버지의 얼굴에 튀었다 아버지는 누나가 가져다놓은 양푼 속의 흰 소금을 한움큼 집어 외조부가 일러준 대로 송아지의 코에 뿌렸다. 뚫린 코에 소금이 닿자 쓰라린지 송아지는 두발로 땅을 치고 일어서려 하면서 울부짖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아버지는 뚫린 코청에 다래나무 코뚜레를 걸고 목대를 송아지의 귀 뒤로 넘긴 뒤에 우넘기로 단단하게 묶었다. 소에게 코뚜레를 걸었던 얘기를 하는 아버지의 숨소리가 나지막해졌다. 말 못하는 짐승한티 내가 그리했고나

그 거친 세월 아버지란 이름으로 살아내면서,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삶을 살게되는 아버지의 삶이었기에 눈을 감는 마지막까지 한줄기 바람처럼 살아냈어야. 하고 떠날수 있는걸까

사는 일이 꼭 앞으로 나아가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돌아보고 뒤가 더 좋았으믄 거기로 돌아가도 되는 일이제.

가슴을 망치로 얻어 맞은 것 같았다.

끙..하고 한숨도 한탄도 아닌 소리를 뱉어내었다

글, 을 읽고 마음이 내려앉는 일

단 한줄의 문장이 어떤 메커니즘을 거쳐 에너지로 변화하여 내 삶의 영향력으로 들어오는 일

삶이란 참 무거우면서도 가볍다.

잡힐 듯 잡힐 듯하다가 잡히지 않는 서로의 등을 남매가 쫓고 쫓으면 닭장 앞의 닭들이 놀라서 퍼덕이고 울타리에 앉아 있던 개가 몸을 일으켜 헛간쪽으로 자리를 바꾸고 흙담을 타고 뻗어가든 호박넝쿨 속 애호박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돼지막에 갇혀 있는 돼지가 까만 눈으로 마당의 분란을 살피며 귀를 쫑긋 세웠다.

아름답다. 아름다운 장면이다.

세밀하고 농밀한 묘사는 분주히 움직이는 장면을 옛날영화 영사기가 돌아가는 것을 보듯 가만히 눈을 감게 만든다.

지난밤에 뭔일이 있었건 간에 날은 밝아오는 것잉게...... 그것은 틀림이 없당

사투리가 섞여진 대화가 시를 읽는 듯 들썩들썩 정겹다.

마음속으로 스멀스멀 시시하다는 생각이 번져갔다. 살아간다는게 이런 것인가, 이게 다인가..... 몇날이고 몇년이고 그날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아버지의 네번째 딸, 작가, 글을 쓰는이 헌...

바로 눈앞에서 분신같은 딸을 잃고 꾸역꾸역 '살아냄'을 하느라

아버지에게 곁을 주지 못하였다.

그런 헌이 아버지의 과거와 현재와 앞으로 다가올 일을 대비하는 일은

그녀의 딸을 보내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양친을 앗아간 전염병과 전쟁을 두고 '난리'라는 단어를 썼다.

'난리'가 났고 그 난리를 겪고도 살아남은 것이 일생의 의문이라고.

난리 통을 겪은 후에는 살아가는 것이 덤으로 느껴지기도 했다고

두렵고 무섭지 않은 날이 단 하루라도 있었을는지

그 난리를 겪으며, 본인 몸 하나 추스리기도 어려웠을 그 상황을

어떻게든..

여섯이나 되는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버젓한 교육을 시켜내려는 아버지로 존재하기 위해 도데체 얼마나 많은 애를 쓰신걸까

그 어떤 기적이 있다면 ... 그것이 기적이리라.

아버지에게 장남, 둘째, 세째, 헌, 이삐, 막내는 그들의 인생에서 각각의 아버지의 모습으로 숨쉬고

또 그들이 나은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로 존재하기까지

아버지에게도 각각의 역할을 주기 위해 살아야할 이유가 아니었을까

몇년전 상영된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

잊혀지지 않는 마지막 대사이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그 위로 나즈막히 '살아냈어야...." 라는 말이 포게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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