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울었다고 한다.’
그 울음으로 어마어마한 간극을 진공상태로 압축시켜 온몸으로 살아냄을 하고 계셨던거구나..
아버지도 우는 구나..
내 경험에는 없는 문장이었다.
하지만 그 울음은 감정적인 울음이 아닌, 몸이 우는 울음.
울컥울컥 하는 마음을 참았다가 풀었다가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단숨에 읽어나갔다.
마지막장을 덮으며 나는 으엉으엉 한참을 울었다.
어느새 책속의 아버지의 사랑을 나도 받고 있었다.
그 묵묵한 보살핌을 나도 느끼고 있었다.
열네살에 일시에 부모를 잃고 아버지는 살아내었다.
해방을 겪고 전쟁을 겪고 배고픈 시대를 겪어 내었다.
마누라도 지켜야 했고, 누이도 지켜야 했고, 오글오글 자라는 아이들은 지켜내야만 했다.
그 퍽퍽한 삶속에 그것들을 한켠에 미뤄둘만큼의 사랑도 잠시 찾아왔다.
세상사람들이 뭐라할 관계였는지 어쨌는지,
그렇지만 글 속에서는 그 고통이 너무 지난( 至難) 하여,
잠시라도 쉬어가야 하지 않을가 하는 연민마저 느껴졌다.
그래 인생에서 ‘쾌’하나는 누려도 되지 않나… 그게 그리도 나쁜일인가 싶었다.
나빠 보이지 않을 만큼 그는 잠시 머물렀고 다시 가족의 울타리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