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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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나는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쉽게 읽어 내려 갈수 없고 그 느낌이 오랬동안 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저 책을 펼치나 하는 고민이 이어졌다.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로 한다…




- 벌레 같은 거예요.

- 무슨 벌레인데?

- 벌레 같은거요. 어디에나 다 있는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건 남자아이다. 질문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 몸에 있는 벌레?

- 네 몸에 있는 벌레요.

- 지렁이 말하는 거니?

- 아뇨, 다른 종류의 벌레예요

어두워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까슬까슬한 시트가 내 몸 아래서 구겨진다. 나는 움직이진 못하지만 말은 한다.


벌레이야기로 문을 연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까지 그 벌레의 느낌을 느끼지 않으려는 나와 고군분투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그 벌레를 애써 물리치며 읽는 내내 찾아 헤맨 꼴이다

제목이 fever dream이다.

원어 그대로를 사용했다.


Fever dream - very unpleasant dream (nightmare) occurring during REM sleep relating to FFCD that can be remembered upon awakening.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REM수면 상태에서 꾸는 아주 불쾌한 꿈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가위눌린다’ 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꿈이지만 꿈같지 않은 깨고 싶지만 어떤 저항할 수 없는 힘에 깨어나지도 못하는 상태.

그것과 비슷한 느낌일까?

피버드림 속으로 들어가 본다.

꿈인걸까? 현실인걸까?

그것을 경험하고 난 이후 알 수 없거나 오싹하거나 찝찝한 기분이 이어지는 그 느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주는 공포와 보이지만 믿기지 않은 것들이 주는 불안감.

이 소설은 그 두가지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무언가 지나치게 자극적일 것이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정체를 알수 없는 시골 소년 (다비드)과 시골로 딸과 함께 휴가를 보내러온 도시의 젊은 부인 (아만다)의 대화체로 펼쳐진다.

아마도 아만다는 죽음직전에 병원에 누워있는것 같다.

두사람의 대화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며 오가는 텐션이 팽팽했다가 느슨해지기도 하는 리드미컬한 전개-구성-에서 대단이 흥미롭다.



그건 중요한게 아니예요

하마트면, "뭣이중헌디?" 라고 물어볼뻔했다.

다비드의 질문에서, 사만다의 질문으로

사만다의 묘사에서 다비드의 묘사로

어쩌면, 벌레가 생겨난 지점을지점을 알고자 하는 해답을 찾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모든 것이 모호해지는 순간 순간들에서

읽는 이로로 하여금 두려움, 호기심, 공포, 이상한 느낌들과 접촉하게 한다.

원인을 알수없는 아이들의 죽음, 동물들의 죽음이 과연 무엇과 연관되어있는 것일까?

그저 미스터리한 현상? 인간의 이기심? 환경오염? 아이를 구하려는 강한 모성애?

고요히 흘러가는 잔잔한 강물의 표면아래로

예기치 못한 미처 알아 차리지 못하는 이야기 들이 가득하다.

뭔가 툭 튀어나올 것만 같은 조마조마함은 영화속의 배경음악처럼 깔려 긴장감을 더하고

뿌연 안개속에 희미한 실루엣이 보일 때 우리의 집중력은 최대가 되 듯이

희미한 단서들이 집중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그런 일은 그냥 일어나는 거예요, 아만다. 우리는 시골에 살고 밭에 둘러싸여 있으니까요. 누군가가 쓰러지고, 회복하더라도 이상이 생기는 일은 흔하죠. 당신도 그런 사람들을 길에서 보고요. 그런 사람들을 구별할 줄 알게 되면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놀랄 거예요.”


무슨 이야기를 들은걸까?

악몽을 꾸고 일어나 앉은 새벽녁처럼

뚜렷히 기억나지않는 사건들속에 드문드문 이어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붙들고

멍하니 한곳을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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