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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 - 그나저나, 핀란드는 시나몬 롤이다!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이봄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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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장에 있던 호두와 블루치즈 샌드위치를 먹고 싶은데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
아니, 거참 답답하네, 호두가 ‘월넛’아니냐고요.
세 번쯤 말해도 못 알아들어서 적당히 ‘예스’라고 했더니 토마토와 햄 샌드위치가 나왔다. 음, 그냥 먹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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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엔 마음을 어지럽히던 일이 여행을 떠나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지라, 핀란드 하늘 아래에서도 간간이 기분이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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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있을 리 없는 자신과 작별하고 나니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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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첫 북유럽 방문 기억이 스믈스믈 함께 떠오르던 마스다 미리 작가의 신작. 2016년의 나는 당시 유럽 여행 가려고 알아보던 중에 핀에어 비행기표가 50만원인 걸 보고, “와 돈 없는 백수에게 딱이다!!” 하면서 냉큼 예약을 했었던 기억. 스탑오버가 무료? 그럼 헬싱키에 조금만 더 있어볼래- 하면서 머무르게 된 기억까지..프라하를 거쳐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에 있다가 방문한 핀란드의 첫인상은 처연했다. (화려하고 따스한 서유럽에 있다가 바로 맞이한 북유럽의 차가운 공기를 생각하면 바로 이해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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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다 미리 작가님과는 다르게 나는 핀란드에서 많은 시간을 머뭇거리며 다녔다. 당당하게 Excuse-moi,를 외치던 지난 날의 나와 달리 난생처음 보는 핀란드어와 노르웨이어에 기가 죽어서 공원도 쭈뼛쭈뼛, 재밌는 공간들에서도 쭈뼛쭈뼛. 그래서 그런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2016년의 나를 계속 원망했다. 너 왜그랬니.. 모르면 모르는 대로, 힘들면 카페에 잠깐 쉬었다가 그렇게 갔었어도 되었는데, 나는 트램 조차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탔던 기억이 생생하다(웃음) 미스다 미리 작가님처럼 최애 카페/ 최애 자리를 못만들고 온 게 너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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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햄버거 집에서 햄버거를 시키려고 했는데, (말이 죽어라 안통해서) 말도 안되는 메뉴가 나온 경험도, 시가지에서 살짝 벗어난 공원에 즉흥적으로 방문했다가 발견한 카페에서 (엄청 매운) 시나몬 롤에 커피를 마시며 사람 구경 하던 경험도 계속 상기시켜주던 이번 그림 에세이. 사실 난 남이 쓴 여행기를 딱히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질투+노 공감+ 배아픔 등등으로), “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은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리에서 순식간에 읽어내렸다. 아마도 ‘나 이렇게 멋져보이는 여행 했어~ 읽어봐~’라는 내용보다는 나도, 혹은 누군가 여행하면서 느꼈던 감정, 고민, 생각들이 응집해서 나타났기 떄문일지도. 기승전 시나몬롤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핀란드는 시나몬 롤인걸. 그리고 따스한 커피에 시나몬 롤 하나면 위안을 찾게 되어버리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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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지막 말처럼,
2016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문한 핀란드의 모습들을 눈을 감고 떠올려본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고 공항문을 나서는 순간 코로 들이마신 겨울내음. 눈앞에 보이는 공항버스, 그리고 회색빛깔 하늘, 회색하늘과 대비되는 헬싱키 대성당, 하키복차림의 밝은 학생들, 눈 쌓인 조용한 밤 거리, 강아지도 보호자도 함께 나눠먹는 (매운)시나몬롤, 커피 내음.. 잊고 있었는데 그 기억을 일깨워줘서 너무 고마운 작품. 막연하게 헬싱키에서 울고 싶었는데, 그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몰랐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던. 그리고 아마 작가의 이야기들이 현재를 살아가면서 내내 더 깊히 생각하며 지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