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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는 것의 미덕
지미 카터 지음, 김은령 옮김 / 이끌리오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지미 카터는 흔히 대통령 퇴임 후가 더 빛이 나는 인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카터는 퇴임 후 에모리 대학교의 특별 교수를 역임했으며 부인 로잘린 여사와 함께 카터 센터를 운영하면서 질병을 퇴치하고 농업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국제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국제분쟁의 조정자로서 큰 역할을 했으며 교회의 주일학교 교사로서 교회에 봉사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카터도 막상 백악관을 떠날 때는 대단한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쉰 여섯 살이었으므로 스스로 노인이라고 인정하기 싫었고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 것도 매우 두려웠던 것이죠. 또 자식들은 슬하를 떠났고 가슴 속에는 선거에서 패배한 상처가 깊이 패여 있었습니다. 카터에게 위로가 된 것은 든든한 유대를 맺고 있었던 가족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나이 드는 것의 미덕'이란 책은 카터가 이런 시련을 극복하고 정력적인 노년의 삶을 영위하는 얘기가 실려있습니다.
저자는 노년이 점점 희끗해지고 듬성듬성 빠지는 머리카락... 늘어만 가는 허리둘레... 줄어드는 소득... 이런 것들과 함께 다가온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노인들에게 가해지는 주위의 편견도 인종 차별주의나 성 차별주의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노년은 바로 이런 대내외적 시련과 위기와 마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입니다.
그러나 노년은 인생의 여느 법칙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면이 있는 반면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카터는 인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두 시기가 대학 시절과 은퇴 이후의 시기라고 말합니다. 이 시기는 제약과 의무가 적고 자신의 소망을 실현하는 데 대한 규제가 적어서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혜로운 사람에게 인생이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확대되는 것이지 축소되는 것은 아닌 것이죠.
저자는 자신의 어머니를 예로 들면서 '나이 드는 것과 늙는 것 하고는 분명히 다르다'고 얘기합니다. 세월의 흐름을 활용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단지 나이가 드는 것일 뿐이지 늙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카터는 건강에 대해서도 이렇게 정의합니다. '건강이란 신체적으로 이상이 없는 상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곧 자신에 대한 관심, 자기 일에 대해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이며 다른 사람들과의 건전한 유대관계를 맺고 목적 있는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것들은 자동적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추구해서 얻어야 하는 것이다.' 이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카터는 예순 살이 되던 해 부부 동반으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성공적으로 다녀왔으며 또 이런 성공에 고무돼 4년 뒤인 예순 네 살 때는 킬리만자로 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일흔 살이 되던 해에는 당일 코스로 일본의 후지산을 등반했습니다.
이 책은 노년에 관한 풍부한 정보와 유익한 잠언을 담고 있습니다. 또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미국 사회의 고민과 저자의 제언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노년에 있는 분, 그리고 노년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을 소개하면서 오늘의 책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 이 책은 이런 말로 끝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