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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여자 시몬느 베이유의 사색 1 중력과 은총
시몬느 베이유 지음 / 사회평론 / 1999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에는 마음에 의심의 앙금이 말끔하게 사라질 때까지 철저하게 사고하는 저자의 정신세계가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책을 이해하려면 저자인 시몬느 베이유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요, 먼저 간략하게 시몬느 베이유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시몬느 베이유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서른 네 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야말로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인물입니다. 그녀는 열 세 살 되던 해에 '진실이 없이 살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살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정신적인 시련을 극복하면서 소망의 효능을 확신하게 되죠. 또 스무 살 때는 '신은 올바른 행동에 의해서만 생각될 수 있을 뿐'이란 생각에서 인권동맹에 가입해 평화운동에 열정을 바치기도 합니다. 스물 다섯 살 때는 파리의 한 공장에서 프레스공이 돼 노동자의 불행을 직접 체험했구요, 스물 일곱 살에는 스페인 시민전쟁이 의용군 병사로 참여했다가 심한 화상을 입고 귀국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서른 네 살 되던 해에 평생의 지병으로 따라다니던 편두통과 영양실조로 건강을 잃고 폐결핵으로 짧은 일생을 마감합니다. 이 책에는 그녀의 이런 치열한 삶의 태도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책에 나타난 몇구절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아무런 위안이 없는 불행을 겪어야 한다. 위안을 느껴서는 안된다. … 그럴 때 비로소 형용할 길 없는 위안이 위로부터 내려오게 된다.'
'…선행을 한 후에 우리가 느끼는 자기만족은 고급의 에너지가 격하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른손은 왼손이 하는 것을 몰라야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포기하는 것만을 소유한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것은 우리로부터 달아난다.…'
이런 글들에서도 느껴지지만 저자의 글은 독자에게 쉽게 읽혀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그녀의 글 속에서 드러나고 있는 철저한 삶의 태도를 읽을 수만 있다면 음식으로 비유하면 딱딱한 고기를 씹어먹는 것같은 든든함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소개를 마치면서 시몬느 베이유가 말년에 애송했다고 하는 조지 허버트의 '사랑'이란 시를 소개해드리겠니다.
'사랑은 말한다 받아들이라고. / 그러나 내 영혼은 의심과 죄에 휩싸여 뒷걸음친다. / 하지만 눈치빠른 사랑은 / 내가 들어가려다가 물러서는 것을 보고 / 다가와서 상냥하게 물었다 / 무엇이 부족해 못 들어오느냐고.
저는 여기에 들어갈 만한 손님이 못 됩니다. / 하고 대답하자 사랑은 말했다. / 그대가 바로 그 손님이 되리라 / 나는 인정머리 없는 배은망덕한 자일까? 아 사랑이여 / 나는 당신을 바라볼 수도 없다. / 사랑은 내 손을 잡고 웃음을 띠며 말했다. / 나말고 누가 그대의 눈을 만들었을까?
그렇습니다. 하나님. 저는 눈을 망쳐버렸습니다. / 수치스러운 저는 어디로든 가야겠습니다. 절 버려두십시오. / 사랑은 말했다. 누가 그 멍에를 졌는지 모르느냐고? / 사랑이여, 그러다면 제가 몸을 바치겠습니다. / - 자, 앉아서 내 살을 먹어라. 사랑은 말했다. / 나는 앉아서 그리고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