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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소로우는 '월든'(WALDEN)의 작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고 얼마 전에는 글들을 모은 '소로우의 노래'란 책이 엮어져 나오기도 했죠.
'시민의 불복종'이 쓰여진 시기는 멕시코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미국은 텍사스와의 병합 문제로 멕시코와 전쟁을 벌였고 그 결과 텍사스와 뉴멕시코, 캘리포니아를 헐값에 양도받았습니다. 이 전쟁을 지지했던 사람은 노예제도의 지지자들이기도 했습니다. 소로우는 멕시코 전쟁과 노예제도에 반대하기 위해서 인두세의 납세를 거부하다가 투옥되기도 했는데 이 글은 이런 배경 아래 쓰여졌습니다. 애초에 이 글이 발표될 때의 제목은 '시민정부에 대한 저항(Resistance to Civil Government)'이었습니다. 그러나 소로우가 죽은 다음에는 '시민의 불복종'이란 제목으로 더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 글은 좋은 정부에 대한 정의로 시작합니다. 저자는 '가장 좋은 정부는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다'라고 말합니다. 정부는 국민이 자신의 뜻을 실행하기 위해서 선택한 하나의 방식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기도 전에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남용되거나 악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실례가 멕시코 전쟁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러면 이런 정부의 지배를 받는 국민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 저자는 사람은 '국민이기 이전에 인간이어야 하고 법에 대한 존경심에 앞서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부의 불의에 대해서 저항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늘 소수의 양심적인 사람만이 국가에 저항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이들은 필연적으로 국가로부터 적으로 취급을 받게된다는 것이죠.
저자는 정부가 국민에게 불의를 행하는 하수인의 역할을 강요하면 단호히 그 법을 어기라고 말합니다. 이런 결단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비록 그가 단 한사람일지라도 그는 '한사람의 다수(majority of one)'를 형성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이런 양심적인 사람을 '등뼈가 있어서 결코 남의 손에 놀아나지 않는 사람'이란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소로우의 시민불복종 정신은 후세에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는데요,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는 '나는 소로우에게서 한 분의 위대한 스승을 발견했으며 '시민의 불복종'에서 내가 추진하는 운동의 이름을 땄다'라고 고백하고 있구요. 우리나라의 함석헌 선생은 '시민의 불복종을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것이 가장 우선해야할 일이었다. 소로우는 역시 위대한 인물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시민불복종' 밖에도 소로우가 아니면 쓰기 힘들 것 같은 빛나는 산문들이 여러편 실려있습니다. 제목만 몇 개 들어드리면 '야생사과', '가을의 빛깔들', '한 소나무의 죽음' 같은 것들이 있는데요, 모두 다 가을로 접어드는 요즘에 읽어보기에 좋은 글들입니다.
이 '시민의 불복종'은 그가 서른 두 살일 때 쓰여졌습니다, 또 '월든'은 그가 서른 일곱 살 때 쓰여졌습니다. 그리고 그가 폐결핵으로 사망한 나이가 마흔 다섯 살입니다. 다시 말해 후세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그의 사상과 삶이 그의 3,40대에 이뤄졌다는 얘긴데요. 그래서 저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하나 해보면요, 요즘 우리 사회에도 386세대란 단어가 자주 회자되고 있는데요, 우리 386세대인 3,40대가 그 정신과 지성의 표본을 소로우에게서 발견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