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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밭을 일구는 사람들 - 귀농 현장 보고서
안철환 / 마가을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돌이켜보면 우리의 현대사는 산업화와 이농의 역사였습니다. 농촌은 가난과 절망의 상징이었고 도시는 희망과 기회의 공간이었습니다. 도시는 엄청난 흡인력을 갖고 사람들을 빨아들였고 농촌은 속수무책으로 사람들을 빼앗겼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인구의 도시집중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돼버렸습니다. 그리고 농촌은 아이 울음소리가 그친 적막한 공간이 됐습니다.
그런데 어느때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귀농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귀농의 바람은 IMF를 계기로 새로운 사회현상이 될 만큼 커졌죠. 물론 여전히 귀농자의 수는 소수이고 또 대다수의 도시 사람들은 농촌에 사는 것을 대단히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희망의 밭을 일구는 사람들'은 다양한 귀농자들의 얘기를 보고서 형식으로 싣고 있는데요. 그 내용을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최용건 화백은 강원도 산골 방태천에 '하늘밭 화실'을 만들고 그림 그리듯이 농사를 짓고 농사를 짓듯 그림을 기리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김정택 목사는 귀농경력 2년째인데 강화도에서 유기농사를 지으며 도농공동체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풀무원농장에서 유기농사를 짓던 김준영 씨는 지난 97년부터 벌교에서 땅 8백평을 빌려 본격젹으로 농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다 실패한 이광구 씨는 보증금 2백만원에 워세 5만원 하는 농촌 집을 빌려 살면서 도시를 출퇴근하는 농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김판섭·김주연 씨 부부는 순창읍내에서 학원을 운영하면서 농사 지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교직생활을 하는 오충식 씨는 주말만 되면 고향 청주로 달려가 농사를 짓는 주말농민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간경화로 한때 사망선고를 받았다가 순무를 먹고 건강을 회복한 권국원 씨는 강화 순무를 특산물로 가공해 상품화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농촌에서 카페를 연 사람, 농장을 하는 사람, 토종꿀을 키우는 사람들의 얘기도 실려 있습니다.
또 이 책에는 귀농자들을 위한 유익한 정보들도 함께 수록하고 있는데요, 영농형태를 선택하는 요령과, 유기농법에 대한 소개, 도시로 출퇴근하면서 시골에서 농사짓는 법,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주부부업의 종류, 작물선택 방법, 전원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노하우, 영농자금을 쓰는데 유의해야할 점 등이 소개돼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에 우선 도시에서의 삶을 버릴 것을 충고하고 있습니다. 농촌의 삶을 받아들일 각오와 물질적 풍요에 대한 꿈을 일단 접어놓아야 농촌 삶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농촌의 정서 속에 흡수될 때 비로소 농촌 삶의 의미가 다가온다는 지적입니다.
이 책 한 구석에 소개된 글 한 대목을 소개해드리는 것으로 책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직접 농사를 지어 보라. 자신이 씨 뿌려서 새싹이 돋고 작물이 자라 맛있는 음식으로 돌아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인지…. 그리고 일이 끝나면 어느새 등 뒤로 물든 저녁 노을의 평화로움과 땀을 식혀 주는 시원한 바람, 신기롭기만 한 생명의 기운을 흠뻑 마시며 저녁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을 향하는 길이, 내일을 걱정하며 집으로 향해야하는 도시의 퇴근길과 비교가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