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의 물레 - 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
김종철 지음 / 녹색평론사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간디의 물레'는 이 책에 수록된 글들 가운데 하나의 제목인데요, '간디'라는 영화에서 간디가 물레를 돌리고 있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은 것입니다. 간디는 인도 민중에게 매일 한두시간만이라도 물레질을 할 것을 권유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물레가 무엇보다 인간의 노역에 도움을 주면서 결코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는 인간적 규모의 기계의 전형이 때문입니다. 반대로 거대한 기계란 필연적으로 복잡하고 위계적인 사회조직, 그리고 지배와 피지배의 구조, 도시화, 낭비적 소비를 가져오고 이에 따른 비인간화와 억압의 구조를 강화하기 쉽다는 것이죠.
   이 책을 읽다보면 간디가 저자의 사고에 준 영향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간디의 말이 곳곳에서 인용되고 있는데요, 이를테면 '참다운 문명이란 자발적 포기의 기술이다.'라는 말도 있구요, '지구는 인간의 기본필요를 위해서는 풍족한 것이지만 인간의 탐욕 앞에서는 지극히 적박한 곳'이라는 말도 인용돼 있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기술주의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즉, 기술개발을 통해서 또는 환경위기를 초래한 과학기술의 결함을 일부 수정하는 것으로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요즘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명제'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가합니다. 이 단어에는 기본적으로 기술주의적 사고가 담겨있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상황을 초래해온 세계관을 그대로 담습하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저자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만물은 나의 형제다'라는 생각, 이런 감수성이 회복되지 않는 한 과학자의 이성이나 기술만능주의적 사고방식으로는 생태위기를 도저히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다른 환경운동가들에 비해서 급진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거대기계의 욕망을 비판하고 자동차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또 지역통화를 살려서 삶과 공동체를 살릴 것을 주장하고 걸어다님을 통해서 공경의 문화를 회복할 것을 소망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마치 바늘귀를 빠져나가기를꿈꾸는 낙타와 같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소망의 끈을 놇지 않습니다. 그 소망을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저서 '봉인된 시간'의 한 대목을 인용해 이렇게 펼쳐보입니다.
   '묵시록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메말라 시들어버린 나무에 참을성있게 짜증내지 않으며 물을 준다는 오래된 전설, 지금까지 만든 영화 중 내게 가장 중요한 영화속에 내가 각색하여 삽입한 이 전설이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이성에 반하여 수년간 산으로 물통을 날랐던 수도승은 현혹되지 않고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기적을 믿었기 때문에, 어느날 그에게 그같은 기적이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이다-앙상하게 메말랐던 가지들이 하룻밤 사이에 푸른 잎사귀로 뒤덮여버린 것이다.'
   결국 저자에게 있어서 우리가 자연과 하나되는 위한 유일한 길은 희생이란 말로 귀결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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