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인 홍세화 씨는 남민전 사건으로 지난 79년부터  20여년간 빠리에서 망명생활을 했는데요, 지난 95년에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나온 책은 지난 책과는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가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번 책은 프랑스와 한국을 비교하며 쓴 문화비평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저자는 지난 20여년 동안 한 번도 한국을 방문하지 못했지만 한국 사회를 꼼꼼이 관찰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자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에는 탁류(濁流)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 탁류가 풍기는 냄새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하나는 뻔뻔스러움의 냄새이고 또 하나의 냄새는 약삭빠른 냉소이며 마지막 냄새는 절망과 체념의 냄새였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한국 사회를 향해 쓴소리들을 뱉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자의 지적은 한국 사회를 치료할 약냄새를 풍기고 있습니다. 저자의 얘기들을 주만간산 격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자의 관심은 교육, 문화, 정치 등 다양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영국은 제국이고 독일은 민족이며 프랑스는 개인이다.'라는 말처럼 개성을 중시하는 프랑스 사회는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획일화되는 한국 사회와는 문화적 토양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예를 들면 사르트르는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이었지만 알제리의 독립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프랑스 경찰의 눈을 피해 무기 자금을 빼돌리는 반역행위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그를 향해 당시 드골 대통령은 '그도 프랑스야'라는 말로 사르트르를 포용했습니다. 이와 비교할 때 한국 사회는 조금의 차이로 서로를 배척합니다. 이른바 '왕따현상'이란 게 그 대표적인 예죠.  '너는 우리가 아니야'라는 태도가 이 왕따현상에 숨어있는 것이죠. 또 프랑스 사람들은 말하기, 토론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 말하기는 남의 사생활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즐거워하는 수다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여행 등 무궁무진한 주제를 다루는 것입니다. 그래서 프랑스 입시제도에서 철학이 필수과목으로 되어있는 것은 프랑스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또 저자는 우리나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영어공용화론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영어를 배우는 것이 그 나라의 경쟁력을 배양한다거나 세계화에 절대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한 우리 대통령과 일본에서 일본어로 연설한 우리 총리의 모습은 씁쓸한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는 한국 사회의 반면교사로서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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