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농부와 목자가 만나면 - 단강마을이야기
한희철 / 두란노 / 1998년 1월
평점 :
절판


     '흙과 농부와 목자가 만나면'의 저자인 한희철 목사님은 지난 88년 크리스챤 신문사에서 공모한 신인문예를 통해서 등단한 시인입니다. 그동안 '내가 선 이곳은', '소리새', '하나님은 머슴도 안 살아봤나?', '여기엔 아무도 읍습니다', '홀로 숯을 구우며' 등 여러 권의 책을 냈구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흙과 농부와 목자가 만나면'이란 책은 올해 초에 발표한 것입니다. 아마 기독교잡지를 보시는 분은 심심치않게 단강마을에서 보내는 편지란 제목으로 발표되는 한희철 목사님의 글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한 목사님이 시무하는 단강교회와 마을사람들의 얘깁니다. 5년 전에 저도 '단강마을의 크리스마스'라는 성탄특집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단강마을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이 책의 주인공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광철씨, 허리가 기역자로 굽은 변관수 할아버지,  성탄절에 세례를 받은 허석분 할머니, 마을 보건소장인 유보비 집사, 홀로 남아 고향을 지키는 마을반장 이병철 씨, 승학이 할머니, 그리고 한목사 가족 등... 그동안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다들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단강마을의 인물들입니다. 한목사는 이들과 함께 삶을 나누면서 이들의 얘기를 꾸준히 글로 담아냅니다. 긴 글도 없고 가슴이 와장창 무너질만한 그런 거창한 얘기도 없지만, 도시화의 물결에 밀려 점차 쇠락해가는 외딴 한 농촌 마을의 정경은 어찌할 수 없는 애틋함과 정겨움으로 독자들의 가슴을 적십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름을 짓는다면 '돋보기로 보는 세상'... 이런 것일텐데요. 우리는 그동안 큰 생각에 너무 집착해왔습니다. 한꺼번에 갈아치우는 세상 같은 것 말이죠. 전도도 대규모로 해야하고 선교도 크게 해야하고 또 그러려면 큰 교회도 있어야 하고 많은 돈도 있어야 하죠. 그러나 이렇게 하는 데에는 구멍이 많게 마련입니다. 사람 삶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보다는 외형적인 성과에 집착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단강마을의 얘기에서는 돋보기로 꼼꼼이 자연관찰하듯 인생을 바라보는 구체적인 시선이 돋보입니다. 한희철 목사라는 예민한 돋보기를 통해서 우리의 구체적인 이웃을 꼼꼼하게 보살피고 있는 것이죠. 저는 이 돋보기로 보는 한희철 목사의 글쓰기를 통해서 하나님의 시선을 느낍니다.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이렇게 보살펴질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역사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저는 굳이 오늘 소개해드리는 '흙과 농부와 목자가 만나면'이 아니라도 한목사가 쓰신 글이나 책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구해보시길 애청자 여러분께 권면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의 번잡한 마음도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이고 또 우리도 그 누군가에 의해서 보살펴지고 중보의 기도를 받을 지 모른다는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