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스 - 매와 소년
배리 하인즈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1939년 영국 북부의 광산촌에서 태어난 배리 하인즈에 의해서 쓰여졌는데요. 작가의 탄광촌의 경험과 대장간 조수, 광산 감독 견습, 2년 간의 체육교사 경험 등이 책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중학교 졸업생인 빌리 카스퍼란 소년인데요. 바람 난 어머니와 집을 떠난 아버지, 그리고 동네 깡패인 이복 형이 그의 가족입니다. 그는 신문을 배달하면서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을 찾아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환경은 불우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세상을 아무렇게 사는 소년은 아닙니다. 그는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않았고 세상과 비굴하게 타협하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학교에서는 열등생이었고 사회에서는 주변인의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빌리가 유일하게 마음을 쏟는 대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폐허가 된 성벽 위의 매 둥지에서 꺼내다 키운 매입니다. 매의 이름은 케스였죠. 케스는 소년의 손에서 훈련을 받았지만 야성을 상실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야성의 매, 케스는 바로 빌리의 꿈을 반영하는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 인간 사회에서 주변인이 되어버린 소년 빌리와 야생 매와의 우정을 축으로 얘기를 전개해가고 있습니다. 야성의 세계는 우리 시대가 점차 상실하고 있는 원시성을 의미하죠. 그리고 제도 교육과 기성사회의 권태로운 모습 속에서 열등생과 주변인의 자리로 내몰리고 있는 소년의 모습은 확대해석하면 현대인의 허약한 위상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현대인은 야성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야성의 세계를 부단히 파괴해가면서 현대성을 구축하고 있죠. 그런데 현대인이 야성의 세계와 만나는 순간 그동안 잃어버렸던 꿈을 되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소설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빌리가 케스와 묘기를 부리는 장면입니다. 주변인 빌리가 꿈을 회복하는 순간인 것이죠.
   그러나 케스 매는 경마에 빠진 빌리의 이복형 주디에 의해서 죽임을 당합니다. 빌리의 아름다운 순간은 짧게 끝나고 마는 것이죠. 이야기는 이렇게 비극적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야성의 매 케스는 소년을 떠났지만 케스와 빌리 사이에 존재했던 순간들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지만 독자는 소년이 케스 매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가슴에 품고 일생을 살아가게 될 것임을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그의 가슴엔 꿈이 살아있는 것이죠. 현대인의 비극은 바로 이 꿈의 상실에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작품의 결말이 반드시 비극일 수만은 없는 것입니다.
   이 소설은 배경이 되고 있는 당시 영국 탄광촌의 풍경을 읽을 수 있게 해줍니다. 또 답답 한 학교 현실을 묘사하기도 하고 가족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줍니다. 이 소설은 언뜻 읽으면 한 소년이 성장소설로만 보이지만 이렇게  생각보다 많은 얘기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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