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컴퓨터 사회 과연 낙원인가
요제프 바이쳰바움 / 명경 / 1995년 4월
평점 :
품절
제가 이 책을 소개하는 원고를 쓰기 위해서 마주앉은 대상이 바로 컴퓨터인데요. 이렇게 이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컴퓨터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 중에는 컴퓨터가 없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현대를 일컫는 정보사회라는 말도 컴퓨터의 등장으로 비로소 가능해진 것 입니다.
인류는 컴퓨터라는 정보매체를 통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컴퓨터를 통한 또 하나의 세상도 탄생시키고 있죠. 사이버 공간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이버 스페이스 뿐만이 아니죠. 과학자들은 이제 인공지능을 넘어서 인공생명까지 만들어내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컴퓨터가 만드는 가상의 공간, 인공지능, 인공생명을 통해서 장밋빛 청사진을 펼쳐보입니다. 컴퓨터가 대신 생각하고 일해주고 사람들은 그 덕택으로 휴식과 레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란 얘기죠. 그런데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컴퓨터 과학 교수이며 인공지능 개발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는 요제프 바이첸바움 교수는 이런 환상에 의미심장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첫 번째 지적은 컴퓨터가 군대의 지원을 받아서 개발됐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군에서 지원한 돈으로 컴퓨터를 개발해 첨단무기를 만들었다는 것이죠. 물론 과학자들은 이렇게 변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한 일은 과학이다. 이렇게 개발된 무기의 사용여부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책임이 없다고 말이죠. 그러나 바이첸바움 박사는 과학기술의 중립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하죠. 그 개발물을 보면 그 사용처를 알 수 있기 때문이죠.
바이첸바움 박사의 지적은 계속됩니다. 컴퓨터 과학기술은 그이 표현으로는 '의심스러운 기술'인 것인데요. 이제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 복잡할대로 복잡해진 컴퓨터는 여전히 그 완전성을 보장받고 있지 못합니다. 이 말은 아직 불완전한 컴퓨터가 만일 에러가 발생하면 인간은 이에 대한 치유능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컴퓨터가 인간의 미래를 장악하고 있으면서도 그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인간에게 노동 대신 레져를 제공할 것이란 것도 환상이죠. 컴퓨터가 사람의 일을 대신 맡으면서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컴퓨터 사회 과연 낙원인가에 대한 논의는 빈곤합니다. 신문과 방송은 컴퓨터 사회에 대한 꿈만 부풀리고 있을 뿐이죠. 군인이 돈을 대서 개발한 컴퓨터 무기는 전쟁에 이용될 가능성이 제일 높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점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컴퓨터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전자계산기라는 이름으로 번역됩니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 사이에서 컴퓨터는 사람을 대신해 그이가 되기도 하고 그녀가 되기도 합니다. 과연 이렇게 발전하는 사회가 건강한 것인가... 우리는 다시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