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독 - 세계문화예술기행 1
박완서 지음 / 학고재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행복하게 산다는 것에 대한 어떤 고정적인 관념이 형성돼있죠.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적당히 이기고, 경제력도 있고 또 가족과 친척 친지들과 즐거운 모임도 가지면서 예쁘고 똑똑한 자식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또 때로는 외국여행도 다니면서 선행도 베풀고 그러면 최고 아닌가 하는 것일텐데요.  모독을 읽다보면 이런 우리 생각에 대해 다시 곰곰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우선 티벳과 네팔 지역의 시퍼런 하늘과 우리의 60년대 모습 같은 이 지역 사람들의 표정을 사진으로나마 보게되면 도시의 분주함을 벗어나 때 뭍지 않은 자연과 함께 삶을 같이해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또 5천 미터가 넘는 풀 하나 없는 고산지대를 보면 신발을 벗고 하나님이 떨기나무의 불꽃으로 현현하는 모습과 만나야할 것 같은 느낌마저 던져줍니다. 우리에게는 가난이 어리석은 것, 또 때로는 죄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곳 사람들에게 가난은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이들의 종교적 열정 또한 대단합니다. 이 턱없이 가난한 나라에 어울리지 않는 금빛 찬란한 불상과 사원들은 작가의 눈에 즉각적으로 부조리를 느끼게 해줍니다. 그러나 가난을 돌보지 않는 이 불상과 사원을 향해 이들은 오체투지의 절대복종으로 순례의 행렬을 잇습니다. 그리고 미움도 노함도 없는 이들의 맹목적 신앙 앞에 결국 작가의 분노는 한풀 꺽이고 '이 신비의 나라는 이해하기에는 버겁고 난해한 나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책의 제목이 모독인데요. 저자는 '...이곳에 관광 온 행위 자체가 이 순결한 완전순환의 땅에 모독이었으니 당신들의 정신이 정녕 살아있거든 우리를 용서하지 말아주오...'라고 고백합니다. 이 순결한 땅에 부자나라 사람들이 버리고 간 것은 폐기물, 쓰레기, 그리고 피곤하고 고단한 정신들입니다. 그러나 이 가난한 땅은 이들에게 때 뭍지 않은 자연과 삶의 새로운 활력을 선물합니다. 비록 모독 받았으나 순결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박완서 선생에게 이번 여행이 네팔로는 세 번째 기행이 됩니다. 그는 이 여행을 보약 먹는 대신 가는 여행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 책의 말미를 이런 말로 장식합니다. '...네팔에서 어쩌다 우리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는 걸으러 온 사람이다.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타는 사람보다도 나는  사람보다도, 기는 사람보다도 걷는 사람이 난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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