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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장지오노 지음,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의 아주 짧은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 소설은 동화책보다 짧아서 그늘이 시원한 나무 밑에서 한 시간 정도만 짬을 내면 다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이 책의 줄거리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라는 지역의 한 황무지에 혼자 살면서 나무를 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이름의 50대 중반의 남자였습니다. 이 사람이 하는 일은 매일 세심하게 골라낸 도토리 백개를 들고나가 땅에 구멍을 파고 나무를 심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1차대전이 한창일 때는 자작나무를 심었고 이후에는 너도밤나무를 심었습니다. 엘제아르의 꾸준한 나무심기로 황무지는 점차 울창한 숲으로 변화됐습니다. 말라붙었던 시내에는 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떠난 사람들은 다시 돌아와 마을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엘제아르가 해온 일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숲이 스스로 자라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죽을 때까지 나무를 심어 황무지를 희망의 땅으로 바꾸어놓은 엘제아르 부피에는 89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모두입니다.
여기에서 묘사된 주인공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사람... 작가는 이런 특성을 확신 속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오두막이 아닌 제대로 만들어진 돌집을 지어 살고 있었으며 고독 속에 물러앉아 한가하게 사는 것을 기쁨으로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이런 삶을 살게 된 동기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죽고 또 뒤이어 아내도 죽게된 일이 있은 이후부터입니다.
일생동안 나무를 심은 사람... 엘제아르 부피에의 삶은 태산같은 안정을 보여주는 삶이죠.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것은 삶에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낸다는 얘기겠구요. 오두막이 아니라 돌집을 만들어 산다는 것은 허투로 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것이겠죠.
저는 이 책의 우리말 제목이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고 되어있어서 원어인 불어를 아는 동료에게 확인해봤더니 역시 나무를 심다의 동사가 과거형이 맞다고 합니다. 번역이 정확한 거죠. 그런데 저는 사실 제목을 '나무을 심은 사람'보다는 '나무를 심는 사람'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거든요. '나무를 심었다' 그러면 결과에 강조가 되는 것 같고 '심다' 그러면 현재하는 행위에 강조가 주어지는 것 같아서 제 생각으로는 나무를 심는 사람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시에 이런 구절이 있죠. '...왜 (사냐건)사느냐고 묻거든 그냥 웃지요...' 저는 이 싯구에서 '그냥'이라는 표현이 무척 마음이 끌렸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묻지요. 왜 사느냐... 왜 그일을 하느냐... 왜 그런 사람과 만나느냐... 그런데 사람들이 왜라고 묻는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많은 경우 그것은 말하는 사람에게 확신이 없기 때문이죠.
또 이렇게 왜라는 질문을 받으면 사람들은 여기에 맞는 대답을 만들어내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답을 만들어내려는 태도 역시 곰곰히 생각해보면
스스로의 삶에 확신이 안서기 때문일 때가 많죠. 아마도 제 생각엔 자신의 살아가는 방식에 확신이 있다면 이렇게 끊임없이 쏟아지는 '왜'라는 질문에 '그냥 웃는 것'으로 대답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부피에게 '당신은 왜 나무를 심느냐'고 물어봤다면 그는 '그냥' 한번 웃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 태산같은 웃음 앞에 '왜'라고 물어본 사람의 마음은 무너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아무도 없는 황무지에서 절대고독 가운데 살면서 나무를 심는 단순한 일상을 반복하는 부피에... 그런데 이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결국은 비범한 것이 되고 맙니다. 그것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 주인공의 확신이 들어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남의 삶에서 자기 삶의 대답을 얻어보려 합니다. 그러나 결국 남의 삶은 남의 삶이고 자기의 삶은 자기의 삶이죠. 자기가 자기 삶을 살려하지 않는 한 아무리 훌륭한 남의 삶에 대한 얘기를 들어도 무의미한 것입니다. 스스로 자기 삶 때문에 고독해지고 이런 고독 속에서 스스로 확신을 얻고 이 확신 속에 거하는 삶을 사는 것.. 저는 이것이 나무를 심은 사람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금 부언하면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은 환경운동의 주요한 교육자료로 쓰이고 있구요, 13개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습니다. 또 이 내용은 프레데릭 바크라는 세계적인 화가에 의해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민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비디오로 구해볼 수 있습니다.
자꾸만 남에게 기대고만 싶어지는 연약한 사람들의 시대에 진정으로 강한 사람의 모습을장 지오노의 짧은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에게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