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에 떠오르는 소리
에르네스또 까르데날 지음 / 분도출판사 / 197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니카라과의 신부 에르네스또 까르데날의 명상집 '침묵(沈默) 속에 떠오르는 소리'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영어로 하면 'To live is to love'... 우리말로 하면 삶은 사랑이다... 이런 내용이겠죠. 요한 1서의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라는 말씀이 생각나는 제목입니다.     홍수(洪水) 속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심한 갈증(渴症)을 느낀다고 합니다. 물은 많은 데 정작 마실 물은 없는 것이죠. 어떤 시인은 70년대 상황을 '타는 목마름'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디만. 요즘 우리 시대도 이런 갈증, 목마름이 부쩍 늘어나 있는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말은 많지만 정말 필요한 말다운 말은 없는 시대... 소리는 많지만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소리는 빈곤한 시대...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침묵의 시간이 상실된 그런 시대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시대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까르데날 신부는 이렇게 사막 같은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깊은 침묵 속에서 건져올린 아름다운 사랑의 잠언을, 해갈(解渴)의 말씀을 전해줍니다. 이 책에 나온 한 구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한밤 중에 이리가 외로이 울부짖을 때, 그는 너를 향해 부르고 있는 것이다. 어미소를 부르는 송아지는 너를 부르고 있는 것이며, 으르렁대는 사자의 울음도 너를 부르는 것이고, 개구리들은 네가 들으라고 개굴개굴 울어대는 것이다. 이와같이 森羅萬象이 수많은 목소리로 너를 부르고 있다. 시인의 언어, 강물들의 언어, 기도하는 수도자의 언어는 서로 다른 말로 너를 부르고 있다.....
  모든 인간존재의 눈동자 속에서는 달랠 길 없는 욕망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어린이와 늙은이의 표정 속에는, 어머니들과 그리고 연애하는 여인들의 표정 속에는, 노동자들, 암살범들, 혁명가들, 독재자들, 그리고 거룩한 성인들의 표정 속에는 달랠 길 없는 바로 그 욕망의 불씨가, 숨어있는 바로 그 불길이, 깊이를 모를 바로 그 심연이 그리고 모든 노력의 궁극적 목적과 눈동자 속에는 하나의 깊은 우물이, 사마리아 여인의 우물이 들어있다. 이 목마름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이다...
  시편 작가는 이렇게 노래한다.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내 영혼은 당신을 목말라합니다...' "
  사랑에 상처 받은 모든 사람들.. 어쩌면 이런 상처는 인간 모두에게 실존적인 것이겠죠. 저자는 우리에게 이런 실존적인 상처와 진지하게 만날 것은 요청합니다. 저자인 까르데날 신부는 수도자이면서 동시에 남미의 혼란기를 온몸으로 겪은, 또 그 자신이 혁명투쟁에 참여한 혁명가였습니다. 까르디날 신부의 언어는 육체는 물론이고 이런 정신의 극심한 혼란 중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결핍이 심할수록 본질에 대한 추구가 강렬해지기 마련인데요. 그래서 이런 사랑의 언어는 가장 혁명적인 언어가 됩니다.
 제가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군대에서였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실로 오랜 만에 다시 이 책을 들었을 때 저의 갈증과 허기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죠. 이 책'침묵 속에 떠오르는 소리'는 분도출판사에서 나왔는데요. 저는 이 방송을 들으시는, 사랑하는 여러분들이 이 책을 구해서 이 책의 첫구절을 읽다가 책을 덥고 한동안 멍하니 침묵하는 시간을 갖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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