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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여는 공동체이야기
하나후사 료스케 지음, 이학선 옮김 / 내일을여는책 / 1997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부제는 '후에로 마을의 꿈과 좌절'인데요, 책의 내용은 바로 이 후레아 공동체 마을에 관한 얘기들입니다.공동체라는 말은 쉽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같은 뜻을 갖고 서로 삶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후레아 공동체 마을은 구성원이 함께 살고 소득도 함께 나누는 생산과 소비 공동체입니다.
이 공동체는 1977년 하나후사 료스케라는 방송작가에 의해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후에로 마을의 원칙은 순환 유기농업을 할 것, 장애인과 함께 일할 것, 자급자족을 목표로 할 것, 도시인을 위해 농장을 개방할 것 등으로 정했습니다.
이 공동체에 모여든 사람들은 소위 고상한 사람들만은 아니었죠. 물론 유기농업과 공동체에 관심이 있어서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알콜 중독자, 여러 유형의 룸펜들까지 다양한 인물도 함께 둥지를 틀고 살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후에로 마을에는 당연히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땅을 살리기 위한 유기농업은 육체적으로 무척 힘들었습니다. 또 사업에도 미숙해 실패도 잇따랐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살다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힘든 일이 많은 만큼 함께 살아서 맛보는 즐거움도 많았습니다. 공동체 가족은 저마다 서로 다른 재주가 있어서 혼자 살면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즐거움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 또 농사를 잘 짓는 사람,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중재하는 사람들이 공동체의 평화를 유지해준 것이죠. 이들은 힘을 모아 어린이를 위한 농업교실을 열기도 했고 장애인과 함께 살면서 일터를 가꿔갔습니다. 공동체가 문을 연 이래 많은 사람들이 후에로 마을에 들어왔다 나갔습니다. 유기농업을 하기 위해 더 깊은 산골로 들어간 사람도 있고 함께 사는 게 견디기 힘들어 뛰쳐나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유지되어 오던 후에로 마을은 문을 연 지 14년 만인 지난 91년 한 정치조직에 의해 창설자인 하나후사 씨가 쫓겨나면서 형태가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사실상 후에로 마을의 실험은 여기서 막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후에로 마을의 얘기를 읽어가면서 문득 성서의 한 말씀이 머릿 속에 떠올랐습니다.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자라면 죽음을 낳습니다'라는 야고보서의 말씀인데요. 우리에게 공동체의 이상은 늘 존재했지만 이 이상을 현실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개인의 욕심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사람들의 삶은 개인화됐고 현대문명은 이렇게 개인화된 삶을 지원하는 기술을 제공했습니다. 이런 덕분에 현대에서 혼자 사는 것은 같이 사는 것보다 훨씬 편리한 것이 되고만 것이죠. 그러나 혼자 살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자연이 착취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크게 황페해졌습니다.
후에로 공동체의 삶은 불편함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공존의 이치를 체험을 통해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죠. 함께 살면 혼자 살 때보다 불편한 점이 많지만 이런 불편함은 공존을 위해서 우리가 마땅히 치뤄야 하는 댓가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이런 댓가를 치루지 않고 무임승차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의 미래는 무척 어두워졌습니다.
오늘도 지구촌 곳곳에는 공동체적 삶이 실험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실험의 많은 부분은 실패로 끝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실험에 주목합니다. 이들의 공동체에 대한 실험이 단지 실험에서 그치지 않고 하나의 대안사회를 이루게 될 때 우리의 미래는 보다 소망스러운 것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후에로 마을의 실험은 고단한 것이지만 그 고단함 속에 우리의 미래가 담겨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웃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막 같은 세상에 후에로 마을의 얘기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