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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지성인
에드워드W.사이드 지음 / 창 / 199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우리 사회에는 개혁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이 개혁의 대상에는 거의 사회 모든 분야가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언론을 포함한 지식권력의 개혁도 비중있게 논의되고 있다. 최근의 위기에는 비판을 생명으로 하고 있는 지성사회가 제대로 비판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 탓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지성사회는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지식인들은 지연과 학연을 중심으로 단단한 인맥을 구축하고 서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관계'를 통해 공고한 이익공동체를 형성하였다. 이런 구조는 지성 사회의 핵심이라할 비판기능을 결정적으로 봉쇄시켰다.
'오리엔탈리즘', '문화와 제국주의' 등의 저서로 우리에게 친근한 아랍계 미국인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는 '권력과 지성인'(원제:REPRESENTATIONS OF THE INTELLECTUAL)이란 책을 통해서 현대 지성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이드는 지성인의 요체를 독립성이라고 주장하고 기회주의적 태도와 용의주도한 침묵, 무모한 애국심, 그리고 변절이 지식인의 독립성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배후에 석유시장의 확보라는 경제적 이유가 깔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성인들은 이에 대해 함구했다는 것을 이의 실레로 들고 있다. 사이드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지성인 상은 아마추어적 지식인이다. 여기서 말하는 아마추어리즘이란 사상과 가치에 관심을 둠으로써, 이윤이나 보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더 큰 심상으로부터의 사랑과 억누를 수 없는 관심에 의해 움직이려는 욕망을 의미한다. 그의 지적은 한국의 지성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비판을 두려워하는 사회는 필경은 부패하고 만다. 오늘날 우리는 그것을 몸으로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다. 신약성서에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리워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마 5:13)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말씀은 오늘날 소위 지성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자경(自警)의 구절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